
지방정부 차원의 전략적 연대로 한미 자동차산업 상생 모색… 실무협의 통해 신속히 구체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가 미시간주에서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동차 부품 25% 관세 부과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4개항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김 지사가 제안한 내용을 휘트머 주지사가 적극 수용하면서 성사됐으며, 양측은 향후 실무협의를 통해 각 항목을 조속히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먼저 합의된 사항은 ‘자동차산업 상생을 위한 경기도-미시간주 협의체 구축’이다. 경기도는 국내 완성차 업체 6곳에 납품하는 부품사 중 약 23%가 집중된 지역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핵심 생산기지다. 반면 미시간주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빅3’가 본사를 둔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양 지역 간 전략적 연대는 관세 대응을 넘어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협력으로 평가된다.
김동연 지사는 회담에서 "양국 기업 간 정보 교환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기업 지원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휘트머 주지사도 "정보교환 통로를 만드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김 지사는 한국 부품기업과 미 완성차 3사 간의 직접적인 대화채널 개설을 요청했다. 이는 지난 3월 31일 평택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내 부품업체들이 간곡히 요청한 사안으로, 현재 부품업체들은 납품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협상에서 정보 부족과 소통 단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김 지사는 미시간주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언급하며, 초기 투자 단계에서의 금융 및 세제 인센티브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휘트머 주지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양 지역 간 기업 간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기도가 올해 하반기 미시간주에서 주최할 예정인 ‘미래 모빌리티 테크쇼’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행사에는 유망한 한국 부품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며, 김 지사는 미국 완성차 3사의 참여를 요청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 제안에 동의하며, 기업 간 교류의 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세계경제에 대한 자해행위이자, 미국 경제에도 물가 상승과 실업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협의와 별도로, 경기도 차원에서도 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직접 대응에 나서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김 지사는 미시간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부품기업 8개사의 관계자들과 라운드 테이블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한다"며 극심한 불확실성을 호소했다. 한 기업인은 "코로나 사태와 물류 대란을 다 겪었지만 이번에는 정보가 너무 없어 오히려 차분해질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관세에 대응할 방안이 사실상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오늘 휘트머 주지사를 만나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전달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적 지역인 경기도와 미시간주 간의 지방정부 차원의 협력 채널이 마련된 데 더해, 우리 부품기업과 미국 완성차 기업 간의 직접적인 소통 통로도 함께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는 곧 관세 대응을 넘어,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할 한미 민간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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