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프리뷰] 성착취 영상 피해자만 1200명인데…법원 "2년 6개월은 합리적"

사진박용준 기자
[사진=박용준 기자]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과 성인 여성의 얼굴을 합성한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지인 능욕방' 운영자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만 1200여 명에 이르고, 유포된 허위 영상물이 1300건을 넘는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였지만, 법원은 1심과 동일한 형량을 유지하며 “합리적인 범위”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1-2부(정문경·박영주·박재우 부장판사)는 1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으며 원심 판결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형이 정해졌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텔레그램 ‘지인 능욕방’ 참여자들로부터 피해자 1200여 명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딥페이크 방식으로 합성한 성착취 영상물을 1367건(아동·청소년 92건, 성인 1275건)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3년 9월 구속기소된 그는 지난 1월 열린 1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사람의 얼굴을 성적 대상화·희화화해 왜곡된 성 인식을 확대·재생산하는 등 해악이 상당하다”며 징역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되자, 피해 규모와 범죄 수법의 악질성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200여 명의 피해자 개인정보가 성착취물에 무단 활용됐고, 피해자 대부분이 성적 수치심과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가해자에게 사실상 2년형 수준의 처벌만 내려진 것은 양형 기준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영상물 유포를 넘어, 피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이용해 성적 모욕을 가한 디지털 집단 범죄 성격을 갖고 있다. 다수의 자료 제공자와 시청자가 존재했던 텔레그램 ‘능욕방’ 구조의 특성상, 가해자의 행위는 개인적 일탈을 넘어선 온라인 기반 조직 범죄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공범 기소나 플랫폼 차단 등 구조적 책임 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채 피고인 1인에 대한 형량 판단만 반복됐다는 점은 판결의 한계로 꼽힌다.
 
또한 이번 판결은 피해자 보호·회복과 관련한 실질적 대응조치가 병행되지 않은 점도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영상 삭제 명령이나 유포 차단 조치, 피해자 심리 치료 지원 등이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형벌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피해 회복과 재범 방지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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