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적 관세 정책과 소프트파워 축소가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가치 공유를 통해 중국의 확장을 견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지도자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운하 합병을 언급하며 동맹국들을 위협하자, 미국과 동맹 간 유대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유럽 내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은 더이상 동맹국이나 우호국으로 인식되지 않는 추세다.
그럼에도 J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인들이 뭐라고 악을 쓰든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 시민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윈윈 협력”과 글로벌 번영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존중과 협력을 앞세운 중국의 외교적 언어는 미국의 강압적 요구보다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트럼프가 “각국이 내 엉덩이에 키스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과 글로벌화 센터’의 빅터 가오 부소장은 “중국은 세계 무역이 인류 전체의 발전을 촉진하는 수단이며, 각 나라는 자기만의 발전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 있다. 미국을 소외시키려는 나라는 없다. 미국 스스로 세계로부터 자신을 끊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동맹국 대상 고율 관세 정책은 이미 일부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 미국 이민 당국의 외국인 입국자 구금 사례가 드러나며 지난달 미국 입국 외국인이 11.6% 감소했다.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에 기여하던 대학 연구 지원도 축소되며, 미국의 세계 교육 시장 점유율이 매년 줄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천 개의 학생 비자를 갑작스럽게 취소하자, 외국 유학생들이 영국, 캐나다, 호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많은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2023년 12월, 중국은 아프리카 33개국을 포함한 43개 최빈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전면 철폐했다. 반면 트럼프는 마다가스카르, 레소토 등 빈곤국에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 국제개발처(USAID)의 공중보건, 영양,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해 이들 국가에 큰 부담을 안겼다.
아프리카의 자원과 항구, 해상로 등은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클 랭글리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사령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베이징이 USAID의 주요 프로젝트를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즉시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이들로 하여금 대안을 찾게 만든다.
미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교수는 “우리가 국제질서를 계속 흔들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불편하게 만들면 그들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중국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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