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대표단이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도착하며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AP통신과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 간 10년 만에 열리는 가장 고위급 협상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이날 대표단을 이끌고 무스카트에 입성해 오만 당국자들과 사전 논의를 가진 뒤 미국 측과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락치 장관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 한 이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오직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며 “회담의 성패는 미국의 성의와 진정성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사일 개발 등 국방 관련 사안은 절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에 ‘2개월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을 가한 상황에서 이뤄져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협상을 주도한다. 위트코프는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오만에 도착했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그의 전용기가 무스카트 공항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협상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결렬 위험에 대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직접 대면 협상 여부나 제3자를 통한 간접 협상 방식도 아직 최종 합의되지 않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 우라늄 농축 시설 운영 의혹으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협의(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갈등을 완화했지만,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하며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이란은 2019년부터 핵 활동을 재개했고, 2021년에는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끌어올리며 비축량을 늘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핵합의 복원을 시도했으나, 이란의 미신고 핵시설 의혹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 갈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1월 20일 출범 이후 ‘최대 압박’ 정책으로 회귀하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경우 군사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아직 핵무기 생산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오만 회담은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 속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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