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의 무역적자 원인을 주요 흑자국의 '관세장벽'으로 지목한 만큼 미국과 관세 협상 시 무역흑자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한·미 간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미국 측에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산업연구원이 13일 발표한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 수지 불균형을 넘어선 산업 연계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산 중간재·자본재의 대미 수출 확대는 미국 제조업의 한국산 의존도가 증가하며 발생한 현상이다. 2015년 이후 본격화된 대중국 견제와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맞물려 나타난 흐름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철강, 이차전지 등 대표적인 중간재의 대미 수출은 2020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0~2024년 대미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43.2%, 철강 94.6%, 이차전지 216.8%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2015년 5040억 달러에서 2019년 4725억 달러, 2024년 4626억 달러로 감소했다.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생산시설) 투자도 급증했다. 대미 그린필드 투자액은 2014년 400억 달러에도 못 미쳤으나 지난해까지 10년 새 1300억 달러로 늘었다. 미국 진출 한국 기업 수도 같은 기간 1만1101개에서 1만5876개로 크게 증가했다.
산업연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보조금 중심의 투자 유인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진출이 활발히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진출했지만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제품의 59%는 여전히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기에 '대미 투자 확대→한국 산업재 조달→중간재·자본재 수출 증가→한·미 제조업 간 연계성 강화' 흐름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조업 우대 정책, 공급망 안정화, 관세 회피 전략으로 인해 2020년 28.3%였던 현지 매입 비중은 2023년 32.1%로 높아졌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은 미국 산업과 연계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산업 연계 속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 확대의 실질적인 역할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는 미국 제조업의 생산 활동을 뒷받침하는 핵심 투입 요소로 오랜 기간 기능해 왔으며 수출 확대에 따른 무역흑자는 한국 수출이 미국 산업 성장에 기여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의 대미 수출 확대에 따른 무역 흑자는 한국 수출이 미국 제조업 성장에 기여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면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결코 불공정한 결과가 아니라 양국 산업 간 상호보완적 구조에서 비롯된 정당한 성과임을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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