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통 FTA 대신 '간소 무역합의' 추진 전망

  • 中 강경 반발 속…美, '속도전 무역합의'로 맞불

  • 90일 내 70개국과 협상…트럼프식 무역전략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유예한 대신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는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보다 간소한 형태의 무역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정부로부터 어떤 경제 개혁을 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받는 등 '예비 합의'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 일본, 한국 등과 제한적인 범위의 무역 협상을 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수십 개 국가와 동시에 협상을 훨씬 더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한 '예비 합의'는 기업이 투자나 사업 거래를 하기 전에 기본 조건 등을 규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텀싯(Term Sheet·가계약)에 비견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90일의 관세 유예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국가들과 협상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해거티 의원은 이를 정식 합의 전에 체결하는 의향서(letter of intent)에 비유하고서 "90일 안에 최종 합의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각 합의의 범위를 정하고, 협상하고, 합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예비 협상이 성사되면 행정부 관리들은 어떤 합의안을 의회에 제출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는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15개국이 상호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해왔다면서 "결승선에 거의 가까워진 거래가 많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협상 타결을 위해 ‘24시간 대응 체제’를 유지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각료회의에서 "난 원한다면 하루 안에 모든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도 전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시간(Trump time)대로 할 것이며 그건 가능한 한 신속하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WSJ는 “현재 10%의 기본 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해싯 위원장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난 모두가 10% 기본관세가 기준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세를 10%보다) 낮추려면 어떤 특별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중국을 향해서는 추가관세 20%를 포함해 총 145%까지 관세를 올리면서 본격 대결을 시사했다. 이에 중국 역시 대미 관세를 125%까지 올리면서 맞대응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12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전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미국이 관세 조치를 계속 내놓으면서 전 세계에 거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가져오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미국 국내에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WTO의 핵심 규범인 최혜국 대우와 비차별 원칙을 위반하고, 다자무역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WTO 틀 안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분쟁을 적절히 해결해야 하며, 각국과 미국의 협상 결과는 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최근 미국이 곳곳에서 관세라는 위협을 휘두르며 자국의 이익을 각국 공동의 이익보다 앞세우고 다자무역 체제와 기존 질서를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주임은 "국제사회는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 미국은 제멋대로 행동해서는 안 되며 역사의 수레바퀴는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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