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뉴스레터를 통해 "베센트 장관은 중국에 대한 '대(大) 포위'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은행연합회(ABA) 행사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아마 동맹들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훌륭한 군사 동맹이었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완벽하지 않았다.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단결해 중국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일본, 한국, 인도, 베트남 등 중국 주변의 여러 국가가 미국에 보복하는 대신 협상하려고 한다면서 "모두가 협상 테이블로 오고 있으며 중국은 기본적으로 포위됐다"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각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중국이 이를 기회 삼아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나왔다.
한·중·일 경제통상장관은 지난달 30일 5년여 만에 3국 통상장관 회의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오는 14일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국가들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가능성이 낮은 곳이다.
베센트 장관은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대중국 공동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멕시코·캐나다와의 협력에 대해 지난 2월 3국이 만든 '북미 요새'가 중국산 수입품의 홍수를 막는 공동 방패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EU는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그건 자기 목을 스스로 베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관세 문제에 있어 점진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온건파'로 알려진 베센트 장관은 상호관세 결정에 있어 소외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및 일본 등과의 관세 협상 권한을 위임받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베센트 장관의 전략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마셜플랜에 비유했다. 당시 마셜플랜은 서유럽의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한 경제·정치적 포위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 포위망' 구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베센트 장관의 전략적 구상이 현실화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트럼프 대통령일 수 있다"며 다른 경제 참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도 베센트의 구상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은 환태평양 국가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도록 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7년 취임 직후 탈퇴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해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적극적인 공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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