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구조대원이 13일(현지시간) 수미 지역에서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자동차에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최소 3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열한 자들의 민간인 공격”이라고 맹비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른 가운데 미국은 “도를 넘은 표적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탄도미사일이 이날 수미 중심부를 강타해 34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은 공교롭게 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종려주일이라 거리에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불타는 차량 옆 시신이 널려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적의 미사일은 평범한 도시 거리, 평범한 삶을 공격했다”며 “사망자와 부상한 민간인이 수십 명인데 이는 비열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대화는 탄도미사일과 폭탄을 멈추지 못했다. 침략자에 대한 압박 없이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는 테러리스트에 맞게 상대해야 한다”며 전 세계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이날 미사일 공격 당시 사람들은 길거리나 자동차, 대중교통, 건물 안에 있었다며 “중요한 교회 축일(종려주일)에 고의로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미국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담당 특사의 러시아 방문 직후인 점을 강조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시간30분가량 회담했다.
휴전 협상에 대한 러시아 측의 입장이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획기적인 돌파구는 기대하지 말라”며 휴전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제 사회도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전쟁은 러시아가 단독으로 시작했고 오늘 러시아 혼자 이 전쟁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러시아는 인간의 생명과 국제법,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런 공격은 러시아의 소위 평화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러시아가 자행한 끔찍한 공격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조건 없고 완전한 즉각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가 무조건적 휴전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끔찍하다”고 밝혔다.
미국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오늘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며 “전직 군 지도자로서 이 표적 공격이 잘못됐음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의 중재로 30일간 에너지 시설과 흑해에서의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면서 휴전은 이행되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가 무산될 경우 러시아산 석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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