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행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미 외교 문제와 관련 "그간의 통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네트워크 등을 십분 활용해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일각에서 대선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침묵을 지켰던 한 대행이 사실상 '경선 불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행의 경선 참여가 불투명한 데도 출마설이 증폭되면서 각 후보들은 '해당 행위', '철딱서니 없는 짓'이라고 발언하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우리 당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모든 언론에서 '한 총리를 모신다'고 얘기한다"며 "이렇게 경선의 김을 빼는 것 자체는 해당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친윤계 의원들을 겨냥해선 "우리 당의 기득권을 가진 분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건 '못 이기겠다'는 패배주의를 넘어섰다. 승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기득권 연명을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대리 역할을 맡고 있는 한 대행이 국정 안정에 중점을 두고 대선을 관리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CBS 라디오에서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를 한 분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과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분을 출마시킨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며 "(의원) 몇 명이 (한 권한대행 출마 촉구) 연판장을 받고 돌아다닌 모양인데 철딱서니 없는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그러나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 중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는 후보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한 대행의 존재감은 갈수록 부각되는 분위기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한 대행은 8.6%로 10.9%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보수진영 2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에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대행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2%), 홍준표 전 대구시장(5.2%)보다 앞선 것을 두고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소속 의원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 대행은 국정을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이고 개인의 역량이나 위기 대처 능력 또한 여야가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대권에 도전하는 게 적절하냐'라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있고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이 녹록지 않지만, 결국 결단하는 것은 한 총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의원이 108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한 대행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했다가 지도부 만류로 이를 철회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한 대행의 출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제가 접촉해서 일대일로 만났다"며 "어제(13일)까지 정확하게 54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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