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금융투자상품 신뢰회복을 위하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의하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증권회사들의 소송은 702건에 이른다. 그중 상당수는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매수자들이 판매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이렇게 판매회사 상대 소송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판매 당시 설명과 실제 상품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에 문제가 있어 분쟁을 계속 유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금융투자상품을 만든 자산운용회사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를 한 판매회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운용회사는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판매회사를 통해야 한다.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되지도 않는다. 

판매회사가 금융투자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투자자들의 구매를 유도한다. 판매회사가 제공한 자료와 설명을 바탕으로 위험성, 안정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한다. 그러므로 판매 과정에서는 상품의 위험성, 안정성 검증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제도 하에서 법원은 판매회사가 자산운용회사로부터 받은 상품 관련 자료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여 설명하면 그만이라 보고 있다.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이 진실한지 독립적으로 확인·검증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설명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현행 제도상 판매회사의 의무를 그 정도로만 보고 있다. 

이와 같이 판매회사가 상품의 실체에 대해 확인·검증할 의무가 없으므로 자산운용회사는 고객들에게 전달될 상품설명서에 상품의 실체와는 다른 내용을 기재하더라도 판매회사만 잘 설득하면 위험한 상품을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다. 판매회사는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품설명서 내용을 고객들에게 적당히 설명하면 된다. 결국 투자자는 판매회사 측에서 설명을 들은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옵티머스펀드 등 분쟁을 낳은 금융투자상품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금융투자상품은 본래 원본 손실 위험을 안고 있기에 투자 당시 설명을 들어서 인식하고 있던 위험이 실현된 것이라면 이를 감수한다. 그러나 투자 당시 설명과 다른 사정이나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어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로서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행히 위험이 실현되지 않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국 분쟁으로 비화하게 된다. 

금융분쟁조정절차나 소송을 하더라도 투자 손실의 일부만 회복할 수 있을 뿐이며 자산운용회사나 판매회사 모두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상품 판매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판매계약이 취소된 경우에도 원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손해의 일부만 배상하면 된다는 것이 최근 법원의 판결들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다시는 투자를 하지 않을 정도로 신뢰를 상실하고 만다. 결국 이러한 결과가 쌓여 금융투자상품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진다. 

국가경제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을 통해 산업자본으로 돈이 흘러야 하지만 금융투자상품 자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더 잘 알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로 돈이 몰린다. 금융투자상품의 신뢰 상실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회사가 일차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판매 수수료를 더 받더라도 설명과 실제 상품에 차이가 있으면 손실을 전액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은 투자 당시 인식한 위험만 감수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이상의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손실을 생각하면 자동차는 매우 위험한 상품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마음 편히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보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상품 구매에도 그러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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