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기업지원과 신산업 발전에 전력 …관세폭탄 빈틈 노려라

  • 이필상 재16대 고려대 총장

 

이필상 재16대 고려대 총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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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판짜기 II] ⑫


성장엔진이 꺼진 경제에 관세폭탄이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일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주식, 국채, 달러 가치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충격이 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관세부과를 90일간 유예했다. 반도체 등 일부 전자제품은 상호관세 대신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본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10%의 기본관세부터 부과하고 추가관세는 국가별 교섭을 통해 부과할 예정이다. 불공정한 수입규제 등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교섭의 대상이다. 우리나라도 고율의 관세피해가 예상된다. 전체 총수출 중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상호관세의 부과로 대미수출이 13% 넘게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1%대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다른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고 자신은 부유하게 산다는 근린 궁핍화정책이다. 200여 년 전 데이비드 리카도는 각국이 비용이 적은 생산에 집중하고 자유무역을 해야 이득을 본다는 비교우위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오늘날까지 국제무역의 기본원리로 이어졌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이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를 함께 가난하게 만드는 동반 궁핍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경제부터 타격이 크다. 금융과 외환시장이 요동하는 것은 물론 물가가 오르고 소비와 생산이 감소세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미국의 산업이 오히려 낙후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세계 1차대전이 끝난 후 1920년 미국은 자국의 안보강화와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 연안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의 미국 내 제조를 의무화하는 존스 법안을 만들었다. 또 1965년과 1968년에는 번즈-톨레프슨 수정법을 만들어 미국을 위한 모든 선박과 부품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 결과 미국의 조선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로 국제경쟁력을 잃어 400여 곳이 넘던 조선소가 21곳으로 줄었다. 미 해군 군함의 건조와 수리에 차질을 빚어 2017년 이후 중국은 8척의 순양함을 건조했으나 미국은 한 척도 건조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세계 각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가져오고 심한 경우 공황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1929년 미국은 증권시장 폭락으로 경제가 불안해지자 스무트-홀리 법안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 개 수입품목에 대해 평균 4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발효 즉시 영국 등 미국과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이 대규모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그 결과 1933년까지 국제 교역량이 65% 이상 감소하고 세계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현재상항이 당시와 유사하다. 
  
미국과 중국은 무한 관세 보복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지난 2월부터 마약 유통을 문제삼아 2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는데 여기에 더해 상호관세 34%를 부과하자 중국이 같은 34%의 보복관세로 맞섰다. 그러자 미국이 다시 50%를 추가해 총 104%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중국도 50%를 더해 총 84%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이번 유예조치에서 중국을 빼고 관세율을 145%로 올렸다. 중국은 다시 125%의 관세율로 받아 치며 위안화 절하와 미국국채의 매각까지 추진할 태세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핵심목표는 중국의 경제패권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공격은 오히려 중국에 경제패권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미국의 관세공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중국은 내면적으로 첨단 산업 발전을 서둘러 미국의 관세공격을 뚫고 더 강해지는 면모를 보였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성공해 16nm DDR5 D램 양산에 들어갔다. 또 저비용 딥시크를 개발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관세정책으로 고립을 택해 중국의 국제적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순방에 나서 우방 결집을 시작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다른 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상품을 수출을 하려면 미국에서 생산을 하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210억 달러의 대미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용 철강생산부터 첨단장비의 설치까지 자동차 생산의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갖추는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다. 대미투자는 현대차그룹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SK하이닉스는 HBM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짓기로 하고 각각 370억 달러와 22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LG는 가전과 배터리 공장, 한화는 태양광 모듈공장과 조선소 건설에 각각 200억 달러와 2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확인된 것만 총 150조원 규모로 연간 GDP의 7%가 넘는다.

기업들이 대거 대미투자의 대열에 섬에 따라 국내 산업의 공동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 대미투자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배터리, 가전, 태양광 모듈 등 우리나라의 주요산업을 망라한다. 대기업이 앞장서고 중소, 중견 협력사들이 따라가는 집단형태로 이동한다.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관세폭탄을 이겨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관세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기존의 수출시장에 균열이 오고 빈 공간이 생긴다. 이를 적극 활용해 시장다변화와 수출증대에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첨단기술 개발과 신 산업 발전에 전력을 기울여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하여 관세폭탄의 위기를 딛고 더 강하게 일어서야 한다.  

뜻하지 않은 관세폭탄으로 기업들 타격이 크다. 정부는 피해 기업들에 대한 금융, 조세 등의 지원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의 구조조정과 첨단산업 발전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환경개선도 절실하다. 포지티브 규제, 강성노조, 과도한 조세, 고임금, 근로시간 제한 등으로 기업하기가 어렵다. 최근 정치권에서 조기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 지급, 주 근무일 단축 등 포퓰리즘이 밀려온다. 경제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필상 필자 주요 약력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장 △제7대 유한재단 이사장 △현 아주기업경연구소 상임고문 및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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