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주 반도체 관세율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반도체 강국 대만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는 미국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올해 중반기에 애리조나 제3공장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만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TSMC, 애리조나 공장 건설 속도...3공장 용지 정비 돌입
15일 대만 자유재경 등 현지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TSMC 미국 공장 건설 일정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TSMC가 애리조나 제3공장의 용지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중반기나 하반기께 제3공장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내에서는 애리조나 제1공장 시공 경험이 있는 만큼, 공장 건설 속도가 빨라져 시범 양산 일정이 계획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앞서 TSMC는 지난달 웨이퍼 공장 3곳, 첨단 패키징 공장 2곳, 연구개발(R&D)센터 1곳 건설을 포함해 미국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제3공장 완공 이후 TSMC가 첨단 패키징공장 건설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부지 규모만 1100에이커(약 4.452㎢)에 달한다. TSMC 팹(Fab·반도체 생산 공장) 6기가 운용 중인 대만 신주과학단지 면적의 절반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열리는 TSMC의 1분기 실적 발표회에 시장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현지 매체들은 TSMC가 미국의 관세폭탄이 전 세계 산업경기와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 인공지능(AI) 시장 수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의 합작 회사 설립 등의 의제에 대한 입장을 언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칭더 "美관세 일찍이 대비...협상 순조로워"
한편 대만 정부는 미국과 1단계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총통은 전날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대만과학기술대 교우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이미 미국과 협상을 시작했고, 첫 번째 단계 협상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 "우리는 국가 이익 확보라는 전제와 산업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이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책을 이미 세워놨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도전을 대만의 기회로 바꿔 '대만 플러스(+) 1', 즉 '대만 플러스 미국'의 새로운 구도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 전쟁·관세 전쟁 등 경제적 리스크 속에서 대만은 신중하게 행동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상황에 맞춰 대만 경제를 환골탈태하게 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발표한 새 관세 정책에 대해 (대만) 정부는 일찍이 준비를 시작했고 행정원 역시 산업 혁신·업그레이드를 도울 880억 대만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의 조치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2단계 협상이 언제 시작될지, 협상 방식이 한국과 일본 등과 유사한 형태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다만 대만이 중국 견제를 협상 카드로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상시보는 "각국과 미국 간의 협상 형태와 방식은 모두 다르다"면서 "중국 기업들의 (관세 우회를 위한) '생산지 세탁'과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통제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중시하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정부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세율 차이가 110% 넘는 데 따라 대륙 기업들이 대만에 와서 생산지를 대대적으로 세탁하는 것을 면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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