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확대 재지정 그후] 규제 틈새 노리는 3가지 투자 키워드 '비아파트·경매·보류지'

  • 4개구 아파트 거래 23건 '뚝'... 연립·다세대주택 80건 달해

  • 경매 시장도 활기...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더 높기도

  • 보류지도 투자처로 부상...메이플자이 29가구 시세 높거나 비슷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아파트 40만가구가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연립 등 비아파트와 법원 경매, 보류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토허구역 내 아파트 매매거래는 2년 실거주 등 규제를 적용받는 것과 달리 비아파트와 경매, 보류지는 이러한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허구역 확대 재지정이 시행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강남 3구 및 용산구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23건으로 집계됐다. 재지정 이후 4개 자치구 통틀어 매매 거래가 하루 1건꼴로 급감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거래는 이보다 약 4배 많은 총 80건에 달했다. 

특히 서초구에서는 아파트 매매 거래 없이 연립·다세대만 11건 거래됐으며, 송파구와 용산구도 이 기간 아파트 거래가 각각 6건, 1건에 그쳤다. 이들 자치구의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각각 34건, 13건이었다. 아파트가 토허구역 규제 대상이 되면서 2년 실거주 의무 없이 갭투자 등이 가능한 고급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인 이후로 매물이나 호가에 큰 변화는 없었는데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파트보다 매매가 좀 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시장의 상승세는 실거래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유림빌라’는 재개발 호재에 힘입어 전용면적 174㎡ 연립주택이 5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같은 평수 1층이 21억6842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경매 시장도 토허구역 규제 틈새를 노린 투자처로 활기를 띠고 있다. 경매로 낙찰받은 물건은 토허구역 규제를 받지 않는 데다 감정 가격이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정해져 현재 호가보다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투자 수요를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131㎡ 매물은 지난달 31일 감정가 25억4000만원 대비 125.1%인 31억7640만원에 낙찰됐다. 이 단지의 직전 최고가는 28억7500만원이었는데 경매를 통해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 전용 85㎡도 지난 2일 감정가 30억3000만원 대비 125.8%인 38억1132만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미리 투자를 하기 위해 해당 지역 경매에 참여하는 모습"이라며 "경매는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아 실거주 의무 등이 없는 점도 수요가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보유한 보류지도 실거주 의무나 거래허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 눈길을 모은다. 

보류지는 소송 등 유사시 경비를 충당하거나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이 어렵고 현금 여력이 필요해 시세 대비 낮게 거래되지만 최근엔 몸값이 달라진 분위기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은 오는 6월 입주를 시작하는 ‘메이플자이’ 보류지 29가구에 대한 매각 입찰에 나서면서 59㎡ 최저입찰가를 35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 2월 최고가를 경신한 입주권(전용 59㎡ 32층) 가격인 32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용 84㎡도 최저입찰가를 45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3월 거래된 최고가 47억263만원(전용 84㎡ 24층)에 맞먹는 금액이다. 이들 보류지 매각 입찰이 최저입찰가 이상을 써 최고가로 착찰되는 방식이어서 18일 개찰 결과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토허제로 인해 오히려 규제를 피한 사각지대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자자들은 규제가 없는 곳으로 언제든 이동한다"며 "현재 시장 상황상 규제를 풀기는 어려운 만큼 풍선효과를 누리는 투자상품에 수요자들은 계속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틈새 투자로 인해 토허구역을 중심으로 비아파트 가격 변동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해당 투자처들은 규제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상품 유형들 "이라며 "풍선효과를 예방하기 위한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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