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다음 달 9일(현지시간) 예정된 러시아 전승절에 2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수백만발의 포탄을 공급하고 1만4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행사에 참석할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 열병식에 2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20명 이상의 국가·정부 정상이 이곳에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나치 독일에 대한 소련의 승리를 대대적으로 기념한다.
전승절의 절정을 이루는 행사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열병식이다. 특히 올해는 승리 80주년을 맞아 성대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3년 넘게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지속 중인 러시아는 현 우크라이나 정권을 신(新)나치 세력으로 낙인찍으며, 그 어느 때보다 올해 전승절 행사에 큰 의미를 불어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폭 지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이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에게 모스크바 방문 초대를 받았는데 내달 전승절이 유력한 방문 시점으로 꼽힌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달 27일 구체적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의 올해 러시아 방문이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앞서 지난달 15일 북한을 방문해 최선희 북한 외무상 등과 만나 ‘최고위급 접촉’을 논의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북한을 찾았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 위원장이 전승절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서방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시 주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은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다자 무대 경험이 없는 데다 자신의 존재감을 완전히 드러내는 양자 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 러에 20개월간 선박으로 포탄 수백만발 전달”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안보 연구기관인 오픈소스센터(OSC)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생산한 수백만발의 포탄은 2023년 9월부터 최근까지 약 20개월 동안 선박과 기차를 이용한 대규모 수송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의 최전선으로 이동했다.
이 기간 러시아 국적 선박 4척이 북한 라진항을 64차례 드나들며 1만6000여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했다. 선박들은 포탄을 싣고 러시아 보스토치니항과 두나이항으로 이동했다. 포탄은 기차에 실려 우크라이나 전선 탄약고로 옮겨졌다.
로이터는 OSC와 선박 기록, 우크라이나가 가로챈 러시아 포병 보고서, 위성 이미지, 진위가 검증된 소셜미디어 영상,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 고위 소식통 3명의 의견 등을 종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 책임자를 포함한 당국자들은 북한이 러시아가 전선에서 필요로 한 탄약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고, 군 소속 한 전문가는 북한의 기여도가 7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북한이 2023년 중반 이후에만 400만발의 포탄을 러시아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4분의 3 이상은 러시아 지상 무기의 핵심인 122㎜, 152㎜ 구경 포탄이라고 GUR은 설명했다.
휴 그리피스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북한의 기여는 전략적으로 중요했다”며 “김 위원장의 지원이 없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안 컨설팅 회사인 로찬 컨설팅을 운영하는 군사 분석가 콘래드 무지카는 “북한 도움 덕분에 러시아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수백기와 포탄 수십만발을 줬으며 그 대가로 지대공미사일(SAM)을 등 첨단 방공장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파로 사령관은 북·러 동맹을 “상대의 약점을 보완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거래적 공생관계”라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군사 협력 확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을 넘어 미국, 한국, 일본 안보를 포함해 역내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KN-15 중거리 및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곡산 M-178/1989형 170mm 자주포, 대량의 포탄 등 북한의 무기 체계가 철도로 러시아로 이동하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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