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속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한 다양성의 중요성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세대의 몫을 고려하면서도 현 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움직임 속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ESG(환경·사회·투명 경영)가 기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ESG의 중요한 요소로 생물다양성 개념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그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단순히 종의 개수뿐 아니라 유전자, 생태계 수준 등 생명 현상 모든 측면에서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는 외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며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즉,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은 긴밀하게 연결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보험산업의 다양성 수준은 어떠한가. 최근 10여 년간 외국계 보험회사의 철수가 지속되면서 한국 보험시장의 다양성은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3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 알리안츠생명(2016년), PCA생명(2017년), 푸르덴셜생명(2020년) 등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면서 보험산업의 사업자 기반이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

보험회사의 사업 모형 역시 획일화되고 있다. 소비층은 여전히 30~50대 경제활동 인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고령층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반면 MZ세대는 보험에 대한 관심과 구매 의사가 낮아지는 추세다. 상품은 개인 건강 중심의 보장에 치우쳐 있고 사고 발생 이후의 손실 보상에 집중할 뿐, 예방적 기능은 미흡하다. 채널은 여전히 대면 영업이 중심이다. 전속 설계사에서 비전속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인식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보험산업의 획일화 경향은 2023년 도입된 회계·건전성 제도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IFRS17과 K-ICS는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보험산업의 실질적인 체력을 고려할 때 도입 자체도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다행히 고금리 환경과 신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경과 조치 덕분에 급격한 재무 충격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제도 도입 이후 보험회사들은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의 판매가 두드러졌고 상품 구조는 단기납, 무·저해지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보험 유통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GA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전략은 개별 보험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는 다수의 보험회사가 공통된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만약 시장 환경이 변화해 현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면 다수의 보험회사가 동시에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즉, 보험산업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건전성, 사업 기반, 영업력이 취약한 보험회사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여 우려를 더욱 키운다. 특정 상품과 채널에 대한 의존이 고착화될 경우,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전략과 리스크 분산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산업은 특정 상품이나 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 상품과 사업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다양한 사업자 및 사업 모형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의 유연성을 높여 신생 보험회사나 혁신적인 사업 모형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

보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성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다양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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