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2원 오른 1426.7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10원 이상 요동친 날은 4월 들어서만 5번이나 있었으며 거래일 기준으론 이틀에 한번꼴로 널뛰었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은 환율이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9일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으로 올해 최고점인 1484.1원까지 치솟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전날 올해 최저점인 1424.1원까지 내려앉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4월 들어 하루 평균 환율 변동폭은 12.7원, 변동률은 0.87%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8년 9월 15일~2009년 3월말) 중 환율 변동성(22.7원, 1.69%)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지난해 전체 변동성이 3.48원, 0.25%였던 것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의 4월 변동성이 0.44달러, 0.47%인 것과 비교해도 유독 원화 가치가 더 크게 출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대외 취약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경기 침체로 간다는 전망이 많고 약달러로 가기 위해 마러라고 합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데 지금 한국만 환율이 주요국 대비 잘 떨어지지 않고 있어 환율 전쟁 시 변동성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 엔화 등 안전 화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정책을 강공할 경우 환율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환율 변동성은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한은이 2010년 발표한 '원·달러 환율변동성이 큰 배경과 시사점'에 따르면 환율변동성 1%포인트 증가는 수출금액 7.1% 감소, 수입물가 2.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수입물가에 대한 환율전가율이 늘어나면서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요동치면 기업이 사업 전략을 짜기 힘들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실물경기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실제로 환율변동성이 급등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외환거래 및 파생거래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우 교수는 "에너지와 곡물 가격 변동성이 심한데 여기에 환율까지 얹으면 충격이 이중·삼중으로 오는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산업이 없기 때문에 생산 구조상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이며 기업들은 환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심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환헤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에 따른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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