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이 과자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가 단종됐던 히트 제품을 재출시하며 인기몰이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 1월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단종 35년 만에 재출시한 '농심라면'은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봉이 팔렸다. 농심라면을 맛본 소비자들은 "요즘 먹은 라면 중 제일 맛있다", "옛날 맛이 나는 라면으로 입맛에 찰떡"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농심라면에서 '옛날 맛'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레시피다. 농심이 50년 전 농심라면 출시 당시 레시피를 기반으로 제품을 재출시했기 때문. 특히 농심은 소고기와 쌀을 국내산으로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농심의 '농심라면' 제품 이미지 [사진=농심]
1975년 출시된 농심라면은 1978년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기업 사명을 바꿀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농심이 신라면을 출시한 뒤로 농심라면은 추억의 라면이 됐다.
추억의 맛을 소환한 곳은 농심뿐만이 아니다. 서울우유도 13년 만에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다시 선보였다. 서울우유는 단종 제품 재출시 배경과 관련해 "추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트렌드와 단종 제품 재출시를 원하는 소비자 요청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지난 2016년 단종된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지난해 재출시했다. 앞서 오리온은 2016년 당시 제품군을 재정비하면서 포카칩 스윗치즈맛 판매를 종료했다. 하지만 이후로 공식 홈페이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고객센터 등에 재출시 요청이 잇따르자 해당 제품을 다시 선보이게 됐다.
오리온은 "개발 단계에서 본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말했다.

오리온 All New 비틀즈 제품 이미지 [사진=오리온]
오리온 '비틀즈'도 부활했다. 1990년에 출시한 비틀즈는 다양한 과일 맛을 골라 먹는 재미로 인기를 끈 제품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6월을 끝으로 비틀즈 생산을 종료했다. 하지만 비틀즈 재출시 요구가 높아지자 비틀즈 맛과 식감을 높이기 위한 연구 개발에 착수해 기존 비틀즈를 업그레이드한 'All New 비틀즈'를 지난 2월 선보였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일정을 대폭 앞당긴 것이다.
식품업계가 추억의 맛을 소환하는 이유는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 구매로 이끌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어린 시절 즐겨 먹던 간식에서 감정적인 안정감과 향수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1020세대는 과거 제품을 신선한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추억의 맛' 마케팅은 기성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점도 추억의 맛 마케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3년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복고(레트로) 문화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5명 이상(51.6%)은 사람들이 과거나 옛것을 그리워하는 이유로 "현실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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