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상호관세 위기 돌파, 정부에 달렸다

조현미 산업2부 차장
조현미 산업2부 차장

"짧지만 시간은 벌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90일 유예에 기업들이 한숨을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품에 25% 상호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관세 15%를 합친 숫자다. 기본관세는 현지 시간으로 5일부터, 국가별 관세는 9일부터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지난 9일 돌연 국가별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10% 기본관세만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당분간 10% 관세만 붙는다. 당장은 3개월의 시간을 벌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하반기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데다 '90일 유예'라는 약속도 마냥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때는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계속 무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번복했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불과 13시간여 만엔 중국에 대한 관세를 104%에서 125%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여준 존경심 부족에 근거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잇단 깜짝 발언에 전 세계 증시와 환율이 요동쳤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미국 상호관세 발효 당일인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1년 5개월 만에 23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향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기업들 고심은 한층 깊어졌다. 국내외 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 정책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경영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기 더 힘들어진 탓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중국 때리기도 근심을 키우는 요소다. 중국산 제품들이 미·중 관세전쟁을 피해 한국 시장에서 저가 덤핑 공세를 펼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중국계 전자상거래(C커머스) 업체들의 박리다매 전략으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 유통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희망을 거는 건 정부다. 정부의 협상 능력에 따라 관세율이 조정될 여지가 있어서다. 미국 행정부는 먼저 협상을 하는 국가에 유리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과 잇달아 접촉하고, 민관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올해만 수차례 방미했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찾았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한·미 동맹 강화와 경제 협력 등을 협의했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미국 측과 협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민간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겪을 어려움이 최소화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도 약속했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일본에 이어 다음 주 우리나라와 상호관세 공식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에 필요한 건 말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기업과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해법을 마련해 한국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협상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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