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는데, 의사 선생님이 저희 아버지 잇몸도 너무 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잇몸 염증이랑 뇌졸중이 연관이 있데요. 그런데 지금은 쓰러지신 지 얼마 안 돼서 치과 치료도 바로 못 받는데요. 혈전약 때문에 6개월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맨날 본인 건강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 하셨는데 이번에 가족들 전부 너무 놀랐어요.”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 40%를 차지하는 40세~65세의 국민에게 감기보다 흔한 질병은 잇몸병, 즉 치주질환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는 남녀불문 치주질환 유병률이 50%가 넘습니다. 흔히 앓고 있는 만성질환인 고혈압(25.5%)이나 당뇨(11.7%)보다도 높은 유병률입니다.
‘까짓것 잇몸 좀 안 좋으면 어때’라고 쉬이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무서운 질병입니다. ‘2020 국제 뇌졸중 학술회의’ 발표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의 뇌졸중 발생률은 정상인의 4배에 달합니다. 뇌출혈 발생률 역시 정상인 대비 2.5배나 높습니다.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가 코 앞입니다. 그런데 치주질환은 치매 발생률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치주질환은 당뇨와 심장병과 같은 대사증후군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치주질환이 왜 뇌와 심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치주질환은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균이 주원인입니다. 이 세균은 염증 유발 물질을 만들어 혈전을 생성합니다. 혈전이 심장 동맥을 막으면 동맥경화·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을 유발합니다.
뇌와 심장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치주질환, 그런데 대한민국 중년층 국민 절반이상이 앓고 있다니요. 그렇다면 치주질환 예방법과 치료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핵심은 구강 내에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해 유해한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예방적으로는 △고설탕·고당분·고지방 식사를 멀리 하고 △꼼꼼한 칫솔질과 치실·치간 칫솔사용으로 치아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고 △아직 치주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치과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주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치과에서 국소마취 하에 잇몸 안쪽까지 퍼져 있는 세균막과 치석을 제거하고, 잇몸과 치아 사이에 약제를 넣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잇몸에 있는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이라는 양치액을 사용하거나 항생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심하면 잇몸을 절개하고 잇몸뼈를 박리해 괴사조직을 제거하고 뼈를 이식하거나 다듬는 치주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이므로 치료비 부담은 적습니다. 다만, 치주질환은 한 번 치료에 최소 4회 정도 치과 내원이 필요합니다. 치료 후에도 3~6개월마다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치주질환 원인균 박멸은 그만큼 어렵습니다. ‘먹는 잇몸 치료 약’이 치주질환 치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어느덧 4월입니다. 흩날리는 벚꽃이 아름다운 달입니다. 주변을 휘몰아치는 꽃 내림에는 입 벌려 감탄도 나지요. 그런데 우수수 쏟아 내리는 벚꽃이 ‘치아’라면 어떨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50대 이상에서는 남녀불문 치주질환 유병률이 50%가 넘습니다. ‘내가 벚꽃 치아일 리 없어’라고 자신 말고, ‘나도 어쩌면’하는 마음으로 치과 문을 두드려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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