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기자재 국산화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가스공사는 중소기업인 원일T&I와 손을 잡고 핵심 기자재인 가스필터와 가스히터의 국산화에 도전했다.
현재 가스공사가 설비에 활용하고 있는 가스필터의 95%, 가스히터의 79%가 국산 제품이다. 원일T&I는 해당 제품들을 싱가포르, 요르단, 알제리 등의 국가에 수출하기도 했다. 원일T&I는 가스공사와의 납품실적을 기반으로 역량을 키워 재액화기, 연소식 기화기(SCV) 등 가스분야 주요 설비들의 국산화 개발에도 성공했다.
가스공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6년 초저온 피팅류 △2002년 초저온 밸브류 △2014년 멤브레인 탱크 △2019년 공시식 기화기 등으로 국산화 범위를 넓혀갔다.
기존에는 전수 외산 기자재에 의존했던 대구경 볼밸브의 국산화를 위해 화성밸브, 금강밸브 등 대구 소재 기업들과 수년간 실증시험에 돌입했다. 그 결과 국산 볼밸브 구매 비중이 2020년 3.1%에서 2024년 64.9%로 급증했다. 5년간 외산 대신 국산 볼밸브 구매를 통해 114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창출했다.
중소기업과의 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일에스아이엠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지속적으로 기술 협력을 해온 가스공사는 지난해 6인치 천연가스 정압설비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정압 설비는 수요처로의 가스 공급을 위해 천연가스 압력을 제어하는 공급관리소의 핵심 설비다. 가스공사는 이번 국산화로 외산 대비 조달 금액은 40%, 조달 기간은 33% 단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소기업을 위해 K-테스트베드 사업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터보기계는 '초저온 액화천연가스(LNG) 펌프'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지만 현장 운영 기록이 없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가스공사는 평택 LNG 생산기지를 개방하고 지난해 4월부터 올 9월까지 현대중공업 터보기계에 시험환경을 제공했다. 이번 LNG 펌프 설비 국산화가 성공하면 초저온 분야 연관사업으로 확장돼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대부분의 설비가 국산화되고 신규 LNG 시설 증설 규모가 과거보다 축소돼 가스공사는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재 부품 국산화 대상 품목 1346개 중 766개를 국산화 했으며 펌프, 압축기 등 회전기계 유지보수에 필요한 정비부품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분야 국산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수소충전소 충전 노즐 등 핵심 품목은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수소·벙커링·냉열 등 가스공사의 신산업 분야에서도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38년 전 15%에 불과했던 국산화율이 87%까지 올라온 것은 중소기업과 함께 이뤄낸 기적"이라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