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한국판 '교육뉴딜'이 잡아야 할 두 토끼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지난 3월 초 감사원이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예산을 낭비했다고 발표했고, 언론에서는 “멀쩡한 학교 헐고 다시 짓느라 3천억 낭비”, “멀쩡한 학교 부수고 다시 지었다···수천억 낭비한 文 ‘교육뉴딜’” 등 ‘낭비’에 초점을 두어 보도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측면도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하였고,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3조 원에 국비 지원을 포함해 총 18조 5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 사업은 40년 이상 경과된 노후 학교 건물을 개축·리모델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 자급을 지향하는 그린 학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교실, 학생 중심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 혁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학교시설 복합화를 주요 목표로 내건 다목적 사업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로서 재정적 측면으로는 국고보조금과 지방재정교부금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또한 교육적 측면에서는 개정 교육과정과 미래형 교수학습 방법을 구현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학생 중심 사업이다. 그러니까 감사원 발표처럼 학교 건물 개축을 단순히 노후 건물을 개선한다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보다 미래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에 재정을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시행 초기에 일부 학부모의 오해와 반대도 있었다. 이 사업 초기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에 대하여 일부 학교의 학부모가 반발한 이유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부모와 소통과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노후 건물 개축이 학부모의 동의 사항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수요조사가 필수 조건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나중에 이를 인지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새 건물을 지을 동안 발생할 학생들의 불편과 학력 결손 안전을 우려하여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노후 학교의 장이 신청하면 교육청과 교육부의 사전검토를 통해 대상학교가 선정되고, 2021년 484곳에서 시작하여 5년간 약 1400곳에 실시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서 학교 건물에 대한 공사는 안전과 학습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첫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재난위험이 큰 노후 건물은 즉시 신축 또는 개축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져서 학생 안전을 위해 노후 건물 개축은 필수적이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서 안전등급을 A등급(우수), B등급(양호), C등급(보통), D등급(미흡), E등급(불량) 5단계로 분류한다. 이 중 D, 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서 D등급은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하여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설이고, E등급은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시설이다. 국회 진선미의원실 조사 발표(2024.10.1)에 의하면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시설 안전 점검 결과 긴급한 보수가 필요한 D등급 건물이 90개에 이른다. 이 중 초등학교 건물은 35개(38.9%), 고등학교 건물은 31개(34.4%), 중학교 건물이 24개(26.7%) 순이었다. 이처럼 안전 등급이 낮은 노후 건물은 긴급하게 보수·보강해야 하고, 예산도 여유있게 적립되어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비록 재난위험시설은 아니라도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수·학습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에 천편일률적인 인재를 대량 생산해내던 교실은 첨단 ICT 기반 스마트 교실로 개축해야 하고, 토론수업이나 고교학점제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학습자 중심으로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 외에도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하여 태양광을 사용하는 그린 학교로 변화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업은 학생 안전을 위한 예방적 사업이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비하는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다.
앞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려면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가마원의 정기감사 결과를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사업 대상 학교와 건물이 면밀하게 선정하여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거나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검토해야 한다. 재난위험시설로서 개축이나 보강이 필요한 건물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는지, 학생수 감소로 인한 유휴시설이 개축 대상으로 선정된 사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미래인재를 기르도록 학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 건물을 개축하되 필요한 교육 시설과 기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상되었는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 교실을 짓거나 AI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도 이를 활용할 교사교육이 충실히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도 학부모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에 대하여 학생 및 학부모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공사 기간동안 학생의 안전과 수업권 침해로 학습결손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하고, 이 사업에서 내세우는 프로젝트 학습이 혁신학교처럼 학력 저하를 불러올까 걱정하기도 하므로 교육당국과 학부모간 진솔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학교 안전을 위한 노후 건물 개축과 학생의 미래를 위한 학습 환경 개선 등 다목적 사업으로 출발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12월 이 사업 명칭을 공간재구조화 사업으로 변경하고 사업을 축소하면서 국비 지원을 배제했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변함이 없다. 학생의 생명과 미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인식은 동일하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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