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개인고객 해외 체크카드 결제액은 약 5조3134억원으로, 전년(2조8432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제 규모 확대는 트래블카드 상품군 확대와 대중화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래블카드는 카드사와 은행이 연계해 제공하는 외화 특화 결제수단으로, 원화를 외화로 환전할 때 수수료를 줄이거나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반등하고, 동시에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카드사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외화 충전, 일부 상품의 이자 지급 기능 등이 결합되면서 기존 외화예금보다 접근성이 높고 실용적인 '생활형 환테크 수단'으로 인식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가 있다. 출시 1000일 만에 가입자 800만명을 넘겼으며, 27개월 연속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환테크족에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토스뱅크의 체크카드다. 환율 100% 우대를 적용하며 외화를 살 때와 팔 때 모두 수수료가 없다. 시중 트래블카드 중 유일하게 재환전 수수료가 없는 구조다. 다만 우대 적용 외화는 17종으로 비교적 제한적이며, 별도 외화통장을 개설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환테크가 일정 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구조인 만큼, 이자 혜택이 결합된 상품도 있다. 신한카드의 SOL트래블은 신한은행 외화계좌와 연동돼, 달러와 유로 예치 시 각각 연 2%, 1.5%의 이자를 제공한다. 환율 우대에 더해 일정 수준의 수익성까지 고려한 복합형 상품이다.
다만 지금처럼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외화를 매수해 환테크를 시도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환율이 고점 근처일 경우 이후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액 환전보다는 분할 매수나, 당장 쓸 외화만 최소한으로 환전하는 전략을 권고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실제 사용 목적에 따라 트래블카드를 유연하게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환테크와 여행 목적이 겹치는 소비자라면 카드별 부가 혜택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카드의 위비트래블이나 신한카드의 SOL트래블카드는 매년 2회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 여행 관련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NH농협카드의 트래블리는 국내 가맹점 할인 혜택을 더해 일상과 해외를 모두 고려한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카드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트래블카드를 외화 자산관리 도구로 고도화하고 있다. 외화 충전, 실시간 환율 알림, 자동 환전 예약 기능은 기본이고, 일부 카드사는 외화 예치와 이자 관리, 외화 소비 패턴 분석까지 앱 내에서 통합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여행 결제 수단을 넘어, 외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언제 다시 하락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도 전략적인 외화 보유와 소비를 고민하고 있다"며 "카드사들도 트래블카드를 단순한 혜택형 카드가 아니라 실질적인 외화관리 채널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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