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보조금 없인 적자…1분기 실적 '속빈 강정'

  • 삼성SDI, 유럽 수요 위축에 직격탄

  • SK온, 흑자 전환엔 시간 더 필요

  • 관세 강화·공급망 재편, 하반기도 '먹구름'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삼성SDI와 SK온은 모두 적자가 예상되며, LG에너지솔루션도 실질적으로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 강화, 글로벌 고객사들의 생산 전략 변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SDI의 1분기 평균 실적은 매출 2조8330억원, 영업손실 318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8% 감소했으며, 흑자였던 실적은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된다.

IRA 보조금 수혜가 제한적인 데다, 주요 고객사인 BMW와 아우디의 재고 조정이 길어지면서 수요 감소가 이어졌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반등 중이지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류를 이루며 고사양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SDI와의 수요 괴리도 확대됐다.

여기에 고객사인 스텔란티스가 헝가리에서 멕시코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면서 유럽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 스텔란티스는 새 경영진을 선임할 예정으로 향후 전략 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SK온도 상황은 비슷하다. 증권업계는 SK온의 1분기 실적을 매출 1조6000억원, 영업손실 28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IRA 보조금은 약 950억원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본격 가동되며 판매는 늘었지만, 감가상각비와 고정비 부담이 여전해 당분간 흑자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을 공시했다. 1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38.2% 증가했지만, IRA 세액공제 4577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손실은 830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316억원)과 비교하면 손실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2분기 이후에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5월부터 중국산 배터리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대상 품목은 배터리 모듈, 음극재, 양극재 등으로,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에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멕시코 등지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조달 전략을 재편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조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물류 비용이나 투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외의 순수 영업이익으로는 여전히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관세와 고객 전략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공급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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