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국민의힘이 놓친 '정치적 타이밍'

 
11
[신율 명지대 교수]
 
 
 
 
요즘 각 정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받아야 그것이 곧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텐데, 지금 상황은 그러하지 못해 안타깝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워낙 독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경선 자체가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상황이 다르다. 경선에 대한 관심을 끌어야 상대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략적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맥 빠진 경선'이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가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가 실제로 출마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한 권한대행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정작 경선 자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한덕수 띄우기가 너무 이른 시점에 시작되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지금 시중에 돌고 있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이 5월 3일경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반명(反明) 빅텐트의 중심축, 이른바 폴대 역할을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단일화와 현재 논의되는 단일화는 성격상 여러 면에서 비교가 어렵다고 본다. 정치적 '빅 이벤트'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외성'이 요구된다. 예측 불가능했던 두 주체의 단일화야말로, 정치적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유권자의 주목을 끄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의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와 재벌가의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는, 바로 그러한 '의외성'이 있었기에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었다. 반면, 이번 경우는 시나리오 자체가 이미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고, 한 권한대행은 현 정권의 핵심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 정권의 핵심 인물과 국민의힘 후보 간의 단일화는 '의외성'은커녕 예측이 가능한 수순에 가깝다. 이는 정치적 감흥이나 드라마를 만들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단일화를 통한 극적 모멘텀을 조금이라도 노렸다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는 '깜짝 등장' 형식으로 이루어졌어야 했다. 단일화 과정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만 키워 놓은 상태인 채, 국민의힘 경선에 대한 관심만 떨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섣부른 전략은 한 권한대행의 '신선도'마저도 떨어뜨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변수도 발생했다.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인용된 것이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국민의힘은 이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오히려 한 권한대행에게 '피해자' 이미지를 부여했다고 평가한다. 우리 정치에서 '피해자 서사'는 유권자의 동정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 권한대행이 지명하려 했던 인물 가운데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정권의 그늘 아래에 있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으며, 결국 정치적 자율성과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뜻도 못 이루고, 한 권한대행과 윤 전 대통령의 관계만 부각시키는 꼴이 됐다.
 
그뿐 아니라,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17일 발표된 전국 지표 조사(NBS)(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4월 14일부터 4월 1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66%에 달했으며,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만일 국민의힘이 여전히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를 추진한다면, 목표했던 전략적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은 아마도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주목할 것이다. 한국갤럽의 4월 3주 차 자체 정례 여론조사(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7%까지 올랐다. 일반적으로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가 의미있는 후보라고 할 때 한덕수 권한대행은 분명 의미있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조사 결과와, 앞서 언급한 NBS 조사를 혼합해 분석하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는 점점 확산되는 추세지만, 중도층의 지지는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중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한국갤럽이 3월 마지막 주에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3월 평균 유권자의 이념 성향은 '보수적' 32%, '중도적+성향유보' 43%, '진보적' 25%로 나타났는데, 전체 유권자의 40%를 상회하는 중도층의 여론을 무시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명(反明) 빅텐트론' 역시 회의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특정 인물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구성된 정치 연합은 성공하기 어려웠다. 벌써부터 반명 혹은 비명 성향 정치인들 사이에서 회의적 반응이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현재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에 실패하고 있고,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반명 전선에 기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전략적 빈곤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급함을 버리고, 정치 감각을 되살려 보다 정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