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밸류업 발목 잡는 지속적 '중복상장'

  • SK엔무브·LS 등 쪼개기 논란

  • 기업가치 희석·주주권익 해쳐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한국 증시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 이른바 밸류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기업들의 중복상장이 지목됐다. 계열사나 해외 법인을 따로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모기업 가치가 희석되면서 기존 투자자 이익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복상장 논란이 잇따르면서 상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엔무브는 거래소와 협의 끝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손실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대한 보상 방안 없이 상장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분할해 상장시킨 바 있고, SK온 역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LS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주회사인 LS는 자회사 LS MnM 상장 시점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거래소가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LS는 2027년 8월까지 LS MnM을 상장하겠다는 기존 계획은 유지하고 있다.
 
중복상장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회사와 모회사 수익이 이중으로 반영되면서 오히려 기업가치 평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럼에도 대기업 지배주주는 대부분 자회사 상장을 선호한다. 유상증자와 달리 지분 희석 없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외형을 키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LG전자는 100% 지분을 보유한 인도 법인 기업공개를 추진했다. 해당 법인은 인도 가전 시장에서 10년 이상 1위를 유지해온 우량 자회사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인도 법인을 상장하면 국내 투자자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인도와 한국 투자자가 겹치지 않고, 현지 IPO가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이기 때문에 자금 유출 우려는 없다고 해명했다. 조달된 금액 역시 국내 본사로 들어오게 된다.
 
올해 2월 상장한 LG CNS 역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이미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상장된 상황에서 LG CNS까지 추가되자 LG그룹 기업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두산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 2월 체코 증시에 상장했다. 앞서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도 독립적으로 상장돼 있어 일부 주주들은 지배구조가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중복상장은 일반 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지만 현행법상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에 대해 명확한 규제가 없다 보니 시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액주주 권리를 고려한 주주환원 정책 차원에서 논란이 될 때가 많지만 경영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회사 주주총회 의결을 의무화하거나 소수주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수결 제도(MOM) 도입 등 여러 해법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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