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현황과 문제점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하락세에서 극적 반전했다. 2000년 1.48명에서 2010년 1.23명, 2020년 0.84, 2023년 0.72명으로 떨어진 이후 0.75명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2030년 0.82명, 2040년 1.05명, 2050년에는 1.08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2060년 출생아 수는 16만명으로 2000년 (64만명) 대비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유례가 없는 저출산에 최고 수준의 기대수명에 따른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초저출산과 베이비붐세대 고령화가 중첩되면서 극대화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024달러다. 1만 달러, 2만 달러, 3만 달러를 넘어 IMF 외환위기 이후 어렵게 일구어 낸 성과이지만 이제 4만 달러 시대를, 5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인구문제가 5만 달러로 가는 성장 경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인구정책 방향 정립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5%로 높은 수준이고, 여성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그룹에 머물고 있다. 중고령 남성은 일할 능력이 충분한데도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존하는 청년, 여성, 중고령의 유휴한 노동력 버프가 해소되는 2030년대 중반이 돼야 노동 공급 부족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이 가능하다. 더욱이 인공지능(AI) 진화 등으로 기계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면 일자리가 급감할 것으로 온통 걱정하고 있으면서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우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인구수는 국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주요 국가별 인구는 인도 14억6386만명, 중국 14억1609만명, 미국 3억4727만명, 일본 1억2310만명, 독일 8407만명, 영국 6955만명, 프랑스 6665만명, 이탈리아 5915만명이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국가 중 인구가 5000만명을 넘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뿐이다. 문제는 5000만명을 넘는 인구를 가진 국가의 국토 면적과 부존자원의 크기다. 우리나라 면적은 10만㎢에 불과하고 그것도 70%가 임야로 구성되어 있어 인구밀도는 세계 최상위에 속하는 국가다. 식량 자급률은 2022년 기준 22.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게다가 부존자원으로 넉넉한 것은 석회석·규석 정도이고 경제성 있는 광물자원도 거의 없다. 국토 면적, 식량자급률, 석유 등 부존자원 인력대체 기술발전 속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적정인구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 적응 정책
출산율 높이기 위한 정책에 앞서 출생아 수 감소와 노년 인구 증가로 이미 정해진 미래에 대한 적응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저출산 현상을 막연히 근심하고 우려하기에 앞서 저출산·고령화에도 지속 가능한 국가 시스템으로 대한민국을 조속히 재편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인구 변화에도 끄떡없는 국가가 된다면 인구문제도 없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인구구조가 전환되면서 인구 확대기에 만들어진 경제사회 구조를 인구 감소기에도 적합하게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택 공급, 도로 등 적정 SOC 규모, 공공기관·학교 등 인프라,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 수, 병력 규모 등이 조정돼야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 편승해 오히려 확장세가 유지되는 것은 문제다. 또한 인구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도 인구 중립적인 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연금은 최근의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을 발판으로 기초연금 등 제도를 정합성 있게 개편하는 등 구조개혁이 추진되어야 하고, 급증하는 노인의료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개혁이 요구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득권(경제적 렌트)를 성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극복해야 할 중요 과제다. 저출산 대책이라 하면서 이런저런 선심성 예산 쓰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개혁 정책은 어렵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인구 감소 대응 정책
출산율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출생의 주체 세대 입장에서 비출산보다 출산이 더 선호되는 경제·사회·문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출생에 따른 비용은 줄이고 출생에 따른 편익은 늘리는 것이다. 임신·출산·육아·교육 관련 과중한 비용 부담 주체를 개인과 가계에서 사회와 국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에 제약되는 여러 가지 제도 요소와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가정에서 육아·교육 부담을 남성과 여성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개인 단위에 비해서 가족 단위가 세금 및 사회보험료 부담과 복지급여 수급 등에서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근로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것인지 늘어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높은 청년실업이 선결적으로 해소되어야 하고,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상승도 어떤 방식이든 완화돼야 한다. 정부의 보육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설 중심에서 아동 중심 지원으로 전환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 보육시설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육료 등 여러 규제의 과감한 해소와 철폐를 검토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지속과 재정의 건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한편 인구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 적극적 이민정책이 있다. 지금까지 부족 노동력 보충을 위해 고용허가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방문취업 등 한시적 외국인 유입 정책을 운영해 왔다. 경제활동인구 총수가 적다기보다 우리 국민이 꺼리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인력을 수용하다 보니 유입되는 외국인 중 고학력자, 숙련근로자, 전문직 종사자 비중은 매우 낮다. 정부는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를 병행한 적극적 이민정책을 추진하여 왔으나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 이민 등 외국인 인력 이동의 문이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양질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역과 산업 현장의 구체적인 니즈에 기초한 외국인 인력 관리시스템 구축이 요망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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