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칼럼] 신뢰가 깨지면 미국도 흔들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트럼프와 그의 스탭들만 모른다
전세계가 미국의 적(敵)이 되는 것보다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이 더 위험해지는 시대가 왔다. 동맹을 봉(鳳)으로 보고 중국 잡는 도구로 쓴다. 미국이 중국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미국의 동맹들을 때렸다. 미국과의 상호관세도 만만한 미국의 전통우방부터 먼저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이 변했다. 정확히는 미국의 대통령 한 사람이 변하면서 전세계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국의 새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주는 대세계관이 괴상하다. 세계최강대국을 약소국과 후진국들이 등쳐먹었고 그 결과 미국의 무역적자가 나고 높은 실업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40-50년에 집 나간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겠다고 전세계에 고율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전세계가 미국을 등쳐먹고 있는 것인지 미국이 전세계를 등치고 있는 가는 FRB사이트에 나와있다. 세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돈 찍어서 돈 먹는 사업”이다 미국의 최강무기는 핵무기도 B1폭격기도 아니다. 바로 FRB지하실에서 무한대로 찍어내는 달러프린터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찍는데 들어가는 원가는 9.4센트다.
100달러짜리 종이돈 한 장의 마진이 99.9%다. 세상천지에 어떤 비즈니스도 이 보다 높은 마진은 없다. 그러나 이런 “화폐주조권(세뇨리지)” 이익은 패권국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고 황금보다 비싼 엔비디아 칩의 마진의 64%인데 99.9%마진을 먹는 사업하는 미국이 약한자에게 약탈당했다고 어거지 쓴다.
9.4센트들여 100달러를 버는 세계최고의 비즈 모델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고 미국은 이 종이돈으로 전세계 모든 물건을 공짜로 사 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등 경제위기마다 돈 찍어서 해결했다. 돈이 만병통치, 최고의 경제대책이었는데 전세계가 미국을 등쳐먹었다는 트럼프정부의 세계관에 실소가 나온다. 세상이 모두 아는데 트럼프와 그의 스탭들 만 모른다

신뢰가 무너지면 철벽도 무너진다
미국의 신뢰가 위기에 처했다. 특히 트럼프의 가벼운 입이 문제다.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중요한 정책을 삼 일도 못 가서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 역사에서 보면 칼에 찔려 죽은 사람보다 혀에 베여 죽은 사람이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폭탄을 터트린 이유가 무역적자다. 무역적자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의 위기라고 하면 미국은 1970년이후 50년간 비상사태다. 그리고 유럽, 일본도 모두 비상사태다. 트럼프의 덧셈과 뺄셈 나눗셈으로 만든 황당한 상호관세율은 트럼프 외에는 아무도 수긍하지 않는다.
미국은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국가라는 강점이 있지만 지금 주요공산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공급망의 포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최대의 시장이라는 것만 믿고 공급자를 공격한다. 세계 수입시장의 13%에 불과한 점유율을 믿고 관세폭탄을 터트리면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살폭탄이 된다.
세계와 싸우는 지도자는 승산이 없다. 미국의 세계GDP점유율은 지금 25%에 불과하다. 그런데 25%가 75%를 상대로 싸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달러 대중국 적자 잡겠다고 6조달러 시총 폭락을 만들고도 기다리면 이긴다는 주장을 하는 정신승리가 놀랍다
트럼프의 상징처럼 얘기하는 America First, MAGA, 보편관세는 모두 닉슨, 레이건의 아젠다를 베낀 것이다. “카피의 기술”은 선거에선 한번은 효과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다르다. 닉슨도 레이건도 선거에는 이겼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이지 못했다
막무가내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못 말리지만 “Mr. Market”이 알아서 정리한다. 시장을 거스르는 자, 돈의 법칙을 거스른 자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도 살아 남지 못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결국 망한다. 시장을 이긴 지도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판은 투심(投心)과 민심(民心)이 한다. 취임 9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는 좋은 데 징후는 아주 나쁘다. 지지율의 추락과 주가의 추락이 시그널이다. 미국증시가 폭락해 아우성이고 세계 증시도 비명이다. 갤럽의 2차대전이후 취임한 대통령의 취임 후 1분기말 지지율을 보며 평균이 59%인데 트럼프는 45%로 역대 대통령 중 최저다. 전임 바이든은 56%였고 오바마는 63%였다.

거래의 기술에 “대응의 기술”이 필요하다
세상은 관세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돈과 기술이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바꾼다. 미국우선주의, 보호주의로 세계 질서를 다시 바꿀 수 있다면 아담 스미스의 분업이론과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무역이론은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야 하고 세상의 모든 경제학자는 밥줄 끊어 진다. 성을 쌓는 망하고 밖으로 나가는 자는 흥한다.
미국은 지금 제조업 공급망 전쟁에서 “에스컬레이션 우위(escalation dominance)”가 없다. “에스컬레이션 우위”는 분쟁이나 갈등이 단계적으로 격화될 때, 상대보다 더 높은 단계의 압박이나 대응 조치를 취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지금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무역의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왕이지만 재고가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공급자가 승자다.
트럼프는 투심과 표심이 무섭고 시진핑은 트럼프가 아니라 침묵하는 14억의 시선이 무섭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을 읽지만 시진핑은 “전쟁의 기술”을 읽는다. 거래의 기술은 손익이지만 전쟁의 기술은 생사를 건다.
어공 트럼프는 전투에 목숨 걸지만 늘공 시진핑은 전쟁에 승부 건다. 지지율이 추락하면 중간선거에 질 수밖에 없는 트럼프의 적은 지금 중국이 아니라 시간이고, 월마트의 상품 60%를 중국산에 의존하는 미국의 적은 미국이다. 지금의 난국은 미중의 협상이 실마리지만 그 시기는 미국은 월마트의 중국산 재고가 떨어지고 중국은 1900만명의 대미수출기업 노동자들의 대량실업이 나타나면 협상할 수밖에 없다.
정책에서 가장 나쁜 수는 자충수다. 언 발에 오줌 누다 동상 걸리고, 도끼로 자기 발등 찍는 것이 가장 아프다. 진동이 아니라 지진을 일으키면 일으킨 자가 가장 크게 다친다. 4년짜리, 중간선거에서 지면 짧으면 2년짜리 대통령이 될 트럼프의 정책에 장단은 맞추지만 같이 춤을 추지는 않는 것이 좋다.
조선과 LNG 개발 프로젝트를 한국에 압박하지만 이들 프로젝트는 최하 7년에서 10년이상 걸리고 그사이 트럼프는 사라진다. 다시 미국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바이든의 IRA, CHIPS법의 신세로 바로 전락한다. 한미간 통상협상이 코앞에 왔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한국은 트럼프에 장단은 맞추지만 같이 춤을 추지는 않는 현명한 “대응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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