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단독입찰에 '시공사 모시기' 골머리..."사업성 개선이 관건"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 사진연합뉴스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 [사진=연합뉴스]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들이 잇단 유찰 행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에 건설사들이 수주에서 잇달아 발을 빼면서 강남권 사업장에서도 수의계약을 통한 시공사 선정이 빈번해진 상황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은 이달 29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공사비가 약 1조310억원에 달하지만 두 차례 입찰에서 삼성물산만 단독 응찰에 나서며 결국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공사비 1조7000억원 규모의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도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이 이어진 사례다. 결국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입찰에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하면서 조합은 오는 5월 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업비 부담에 출혈 경쟁을 회피하는 시공사들이 많아지면서 용산과 강남 등 대규모 사업지에서도 단독 입찰이 늘어나고 있다고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입찰 시 2곳 미만의 건설사가 참여하거나 두 번째 입찰에서도 단독 입찰 등으로 유찰이 발생할 경우, 조합은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A 재건축사업 조합장은 “공사비도 (가구 수에 비해 높은) 3000억원대 수준이고 입지도 사업 상징성이 있는 곳인데도 사전 미팅 때 만났던 건설사 6곳 중 절반만 현장 설명회에 참가했다”며 “최근에는 강남권이라도 수의계약이 아니면 참여하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한 조합 관계자도 “요즘 같은 시기에는 조합이 건설사를 모셔와야 하는 입장이어서 건설사에서 미팅 요청이 오면 빠짐없이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 정비사업장의 경우 시공사 선정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동래구 명장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월 세 번째 입찰을 진행했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응찰하지 않았다. 사업지는 지난 2023년 10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지난해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인허가 추진은 비교적 속도감있게 진행됐지만 정작 시공사 선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이 원자재·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으로 선별 수주 기조를 올해 더욱 강화하면서 조합의 ‘시공사 모시기’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원가율도 치솟으면서 수익도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06%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말 평균 원가율이 92.79%였던 것과 비교해 1.2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건설업계는 통상 원가율이 80%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적률 완화 등에도 공사비가 이미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도 중요하지만 조합 분담금을 줄이고 분양 수익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