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61억82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3% 줄었다. 올 들어 매월 1~20일 대미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조업일수가 하루 적었던 1월(-9.6%)을 제외하고 2~3월 모두 증가세를 유지했다.
관세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미국은 우리나라에 상호관세율 25%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현재 일부 품목에 기본 관세 10%가 적용된 상태다.
수출 비중 20%를 차지하고 있는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달 1~20일 전체 수출액은 338억7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2% 감소했다. 통상 월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나긴 하지만 미국발 관세조치 영향으로 반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주요 10개 수출품목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10.7% 증가했고 석유제품(-22.0%). 컴퓨터 주변기기(23.3%) 등 나머지 9개 품목은 모두 감소했다.
미국발 관세조치는 우리나라의 주요 중간재 수출국인 중국과 베트남으로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달 1~20일 대중 수출은 3.4% 감소한 66억2200만 달러에 그쳤다. 베트남으로의 수출도 0.2% 감소한 30억5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으로부터 145%의 관세율이 부과된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 예고된 46%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이는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가 관세율 인하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이 중국 등에 높은 관세율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길이 좁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출이 줄면서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 기조도 흔들리고 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34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1.8%로 줄었지만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1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23년 6월부터 1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 올 1월 일시적으로 적자로 전환된 바 있으나 2월부터 다시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경우 유럽이라는 공동 시장이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과의 FTA가 완전히 무력화되면서 큰 그림에서의 통상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때"라면서 "산업 정책 측면에서 정부가 핵심 부품, 소재, 장비 등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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