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급물가는 향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잠깐 주춤한 원·달러 환율이 관세전쟁 여파로 다시 한번 출렁여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125.97)보다 0.1% 오른 126.06(2020년 수준 100)으로 집계됐다. 생산단계별로 보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물가는 1.0% 떨어졌으나 고환율 영향으로 중간재(0.1%)와 최종재(0.3%) 모두 상승했다. 지난해 9월 123.39를 기록한 후 올해 3월까지 내리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2.3% 올랐다.
이문희 한은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장은 "원재료는 2월 국제 유가 하락이 반영됐으며 중간재나 최종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을 받았다"며 "중간재는 수입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입 업체가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며 최종재는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물품에 바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 급등에 따른 건설공사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용 중간재 수입물가는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른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6.0% 오른 것을 시작으로 12월 9.2%, 올해 1월 8.6%, 2월 6.9%를 기록했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큰 철강업체와 항공사도 환율이 오르면 타격을 받는 대표 업종이다.
아울러 고환율은 수입 원유 가격에 반영되면서 물가를 자극하기도 한다. 한은 모형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영향으로 1400원 후반대까지 오른 환율은 석유류 가격 등을 통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정도 높였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보합세에 그친 이유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2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언제든 1500원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다시 급등할 수 있어 물가 상승률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3개월 뒤 최대 7.0%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는 구매력 저하가 심화하면서 내수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내려가는 추세지만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향후 상방 요인으로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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