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의 덫] 최약체 신세 원화, 실질실효환율 지수 금융위기 이후 최저

  • 3월 말 BIS 실질실효환율지수 89.3

  • 무역 상대국 대비 화폐 경쟁력 지표

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그래픽팀]
원화의 실질 가치를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 지수(REER)가 90 아래로 떨어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22일 한국은행과 BIS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원화 지수는 89.3을 나타내 2009년 8월 말 88.9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다른 무역 상대국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물가 수준을 고려해 조정된 지수로 한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구매력과 경쟁력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2020년 수치를 100으로 놓고 그보다 높으면 해당 연도보다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로 해석한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021년 7월 이후로 기준선 100을 넘기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 이후 12월 말 91.03로 전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질실효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지난 1월 말 91.2에서 2월에는 90.95로 떨어졌고 3월부터는 급기야 90 밑으로 하락했다.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가운데 원화보다 가치가 낮은 통화는 수년째 극심한 통화 약세를 겪는 일본 엔화(73.5)가 유일했다.
 
표한국은행 스냅샷
[표=한국은행 스냅샷]
엔화와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최근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는 1월 71.33, 2월 72.58, 3월 73.46으로 2.13가량 올랐다. 유로화는 1월 98.85, 2월 98.39에 이어 3월엔 100.97로 100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달러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올해 1월 말 115.1로 BIS가 제공하는 1994년 이후 관련 통계 중 역대 최고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2월 114.21, 3월 112.88까지 내리며 최고점 대비 지수가 2.21 하락했다. 엔화와 유로화는 달러 하락분만큼 지수가 올랐지만 원화는 1.96 하락했다.

이 밖에 주요 외환시장 지표들도 원화가 주요 통화 대비 최약체라는 점을 보여준다. 3월 주요 달러화에 대한 주요 통화의 등락률을 보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0.9% 하락했다. 유로화는 4.2% 급등했고 엔화도 0.4% 상승했다. 역외 위안화는 0.4%, 멕시코 페소는 0.5%, 캐나다달러는 0.6% 상승했다. 3월 원·달러 환율은 평균환율로 보면 지난 1월 1455.70원에서 2월에는 1445.56원으로 10원가량 내렸다. 3월에는 1456.94원으로 다시 1월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는 110에서 103까지 6% 넘게 하락했다.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화가 유독 맥을 못 추는 이유로는 미·중 관세 갈등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미·중 간 관세 갈등은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특히 더 악재가 됐다. 또한 수출 둔화 우려에 내수와 투자 부진과 아직 남아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운 점도 원화 가치를 억누르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수출 1~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로 인한 경기 타격 우려, 여기에 탄핵 결정 이후 정부 구성까지 예상되는 정책 공백 리스크 등이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로 작용하는 만큼 미·중 관세전쟁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중 관세전쟁 리스크가 지속하는 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 하락에도 상대적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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