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 우리 기업들의 중간재와 최종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국내 공급물가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올해 내내 달러당 1400원 이상인 고환율 여파가 지속되면서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다.
국내 공급물가는 향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잠깐 주춤한 원·달러 환율이 관세전쟁 여파로 다시 한번 출렁여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125.97)보다 0.1% 오른 126.06(2020년 수준 100)으로 집계됐다. 생산단계별로 보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물가는 1.0% 떨어졌으나 고환율 영향으로 중간재(0.1%)와 최종재(0.3%) 모두 상승했다. 지난해 9월 123.39를 기록한 후 올해 3월까지 내리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2.3% 올랐다.
이문희 한은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장은 "원재료는 2월 국제 유가 하락이 반영됐으며 중간재나 최종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을 받았다"며 "중간재는 수입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입 업체가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며 최종재는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물품에 바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 "환율은 중간재·최종재에 변동성이 아닌 평균 등락률로 영향을 주게 된다"며 "4월 들어 평균환율이 전월 대비 보합 수준이어서 지금으로서는 상방 압력이 크진 않지만 변동성이 커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급물가가 오르면 생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며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생산비용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환율로 건설용 중간재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면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곧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고환율은 수입 원유 가격에 반영되면서 물가를 자극하기도 한다. 한은 모형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영향으로 1400원 후반대까지 오른 환율은 석유류 가격 등을 통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정도 높였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보합세에 그친 이유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내려가는 추세지만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향후 상방 요인으로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