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불안감을 더하는 또 다른 요인은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총리와 통상 협의 대표 중 한 명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곤경에 처한 이들이 그 돌파구로 한·미 통상 협의를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대통령 권한대행 재임 기간 중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 파면 전까지 이를 시행하지 않는 등 권한대행으로서 소임을 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 부총리는 한국의 경제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투자로 논란을 초래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었던 이들이 한·미 통상 협의에서도 국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마냥 노파심으로 치부하기만은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이번 협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영국, 인도 등 주요 우방국들과 함께 먼저 관세 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협상에 응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최근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행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는 만큼 미국 정부로서도 어느 국가든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해 성과를 홍보하고 싶은 욕구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일본과의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등장해 방위비 문제 등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상황을 일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5천만 한국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통상 협의가 현재의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 혹은 미국 측의 성과 홍보를 위한 ‘트로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앞으로 4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경제, 통상 정책을 조율해 나갈 우리 측 파트너는 오는 6월 3일 들어설 새 정권이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한·미 통상 협의와 같이 중대한 문제는 ‘현상 유지’가 기본 원칙인 권한대행 체제가 아닌,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차기 정권에서 처리하도록 공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여나 한국 대표단이 국민들의 이익이 아닌 다른 요인에 휘둘려 섣불리 합의를 맺게 된다면 차기 정부에 시작부터 족쇄를 채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위헌·위법 계엄 사태로 큰 타격과 상처를 입은 한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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