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배터리업계 1위 기업인 CATL이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가격 경쟁력과 높은 안전성을 앞세운 나트륨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대형 전동화 설비용 수요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존 리튬 이온(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나트륨 배터리 연구·개발과 양산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계획이다.
2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지난 21일 열린 테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소재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첫 사례로 평가된다. 중장비용 스타터 배터리는 오는 6월, 승용 전기차용 배터리는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CATL은 ESS와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대형 전동화 설비 시장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나트륨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원재료 확보가 용이하고 제조 단가가 낮으며 화재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높은 안전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CATL에 따르면 낙스트라는 영하 40도부터 영상 70도까지의 극한 온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한한다. 내환경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배터리는 여전히 LFP가 주류지만 ESS와 상용차 부문에서는 나트륨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CATL은 이 시장을 선점해 기술뿐 아니라 공급망 측면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나트륨 배터리 개발에 일정 부분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본격적인 양산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나트륨 배터리가 가격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에너지 밀도와 수명 등 성능 면에서는 LFP 배터리에 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2030년까지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지만 현재는 고에너지 리튬 기반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일부 차종에 고속충전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모두 나트륨 배터리는 초기 기술 확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보다는 고밀도와 고안전성을 갖춘 '나트륨 전고체 배터리' 같은 차세대 기술이 국내 기업들의 주요 대응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은 기술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양산과 시장 적용 단계까지 빠르게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중심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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