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ICT와 AI로 농사를 더 스마트하게 짓는다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제는 상당히 익숙한 단어인 ‘스마트’. 농업도 스마트농업이 꽤 진전되어 있다. 스마트농업은 사실 20여 년 전까지는 정밀농업으로 불리던, 데이터에 기반한 농법에서 출발했다. 농업기술에 IT를 접목하여 그 이전까지는 관습적으로 행하던 영농 방식에서 탈피하여 데이터를 확보하고 해석하며 상황별로 적절한 영농 기술과 재료를 투입하면서 정밀하게 농사를 짓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팜 확산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농업이라는 용어보다는 스마트팜이라는 말이 익숙하기는 하다. 그래서 스마트농업이 ICT 기기를 비닐하우스, 축사, 과수원 등에 설치하여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공간과 그 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영농기술로 좁게 해석된다. 어쨌거나 스마트팜을 운영한다는 것은 생육 환경 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온실과 축사의 온도, 습도 및 CO₂ 등의 수준을 설정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작물과 가축의 생육 정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그리고 원격으로 냉난방기를 구동하거나 창문을 개폐하고 영양분과 사료를 공급하는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가만히 보면 많은 데이터를 잘 모아서 여러 상황에 맞게 자동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자동적으로’가 정말 자동적으로인가라는 점이다. 아쉽지만 의사 결정을 하거나 컨트롤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완전자동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자동적으로 조절한다기보다는 개별적인 조건이나 상황에 맞추어 비교적 그때그때 조절한다고 보면 더 정확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스마트농업은 인간의 간섭이 필요한 단계이다.
통상 스마트팜의 발전 단계를 원격제어 단계인 1세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밀 생육관리 단계인 2세대, 인공지능과 무인자동화 단계인 3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한국은 원격제어 정도만 가능한 1세대에 해당한다고 본다. 2세대 스마트팜 운영을 위해서는 1세대에서 필요한 환경 정보에 더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 정보까지 필요하다. 또 기존의 원격제어에서 필수적인 통신기술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빅데이터·AI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관리 단계까지 도약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작물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고 제어하면서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작물 자체의 생육 정보까지 반영하여 더 적합한 환경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정밀 생육관리를 위해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AI가 필요한 것이다.
AI는 농업에서 어떻게 활약하는가. 이미지 센서가 장착된 카메라가 영상을 촬영하고 분석하여 씨앗을 심어도 되는 곳인지, 안 되는 곳인지를 판단한다. 과일이 어느 정도 익었는지 판단할 때에도 AI 센서가 달린 카메라가 필요하다. 트랙터가 농지의 형태나 크기를 계산하고 주변에 사람과 사물을 피해 자율주행하는 데도 AI가 필요하다.
농업에 사용되는 AI 기반 기술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조금 더 복잡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트렉터는 자율주행을 하더라도 자동차가 자율주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밀한 제어가 필요하다. 인간이었다면 아무런 영향이 없는 충격으로 부딪히더라도 농작물은 훼손될 수 있다. 물론 트렉터가 사람과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키면 안 되겠지만 사람과 부딪혀도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가는 충돌이 농작물에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또 농기계를 사용하는 곳은 대체로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 오지인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기반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 농기계는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도 해야 한다. 땅을 일구거나 작물을 심거나 재배하기도 해야 한다. 로봇의 기능까지 탑재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율주행 센서나 주변의 물체들을 탐지·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부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사실 자율주행 농기계보다는 말 그대로 스마트팜, 시설농장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지면적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 농사지을 땅이 없어지니까 효율적인 경작 방법이 필요하고 그래서 밀폐된 환경에서 작물이 자라나는 시설농장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층으로 쌓은 구조물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수직농장이 그것이다.
수직농장에도 AI가 들어가야 한다. 사람이 작물 재배 환경을 제어해야 하는데 그것을 AI가 대신해야 한다. 조명, 온도, 습도 등 데이터를 모으고 각 작물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재배 환경을 조성한다. AI는 수직농장이나 시설농업의 단점인 높은 비용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가상의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용 효율적인 설계를 할 수 있고 디지털 트윈과 같이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가상공간을 만든 후에 설계와 운영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I는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여 불필요한 조명과 난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설 손상이나 유지보수 예측 시스템을 통해 장비가 고장나는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도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급진전과 농업 인력의 고갈, 식량안보 불확실성 고조 등 전통적인 농법과 기술로는 극복하기 힘든 농업에도 이미 스마트한 움직임은 많이 진전되고 있다.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AI 기능이 장착된 더 스마트한 스마터(smarter) 농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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