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을 지낸 클라우스 슈바프(87)가 주요국의 비위를 맞추려 기관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WEF에 보낸 서한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서한에서 고발자는 슈바프 전 회장이 보고서를 조작해 WEF의 진실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각국의 생산성과 회복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며, 연례 다보스 회의에서 세계 지도자 및 기업인들의 논의 기반이 되는 핵심 자료다.
WEF가 지난주 접수한 고발 서한에는 슈바프 전 회장 부부가 다보스포럼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개인 여행 비용으로 유용했다는 등의 비위 의혹이 담겨 있다.
또한 슈바프 전 회장이 직원을 시켜 호텔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수천 달러의 현금을 인출하도록 했으며, 직원에게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WEF는 내부 제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슈바프 전 회장은 지난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슈바프 전 회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인격 살해 피해자'라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나는 1979년에 경쟁력 보고서의 방법론을 처음 개발했고, 지금도 지적인 리더로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부는 최신 데이터를 반영하거나 분석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수정안을 제안하며 나에게 연락했고 나는 이 정보를 팀에 전달했는데 이를 조작으로 규정하는 것은 나의 학문적 지위에 대한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슈바프 전 회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칭하며 익명의 고발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WEF는 전날 성명에서 슈바프 전 회장과 관련한 새로운 혐의에 대해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겠다면서도 "포럼은 이런 혐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슈바프 전 회장은 지난해 성추문과 인종차별 의혹이 제기되자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이번 고발로 이사회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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