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7년 9월 일본의 전선 333척에 맞서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상서 중 일부다. 428년 전 불리한 전세 속에서도 위대한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요즘 재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강조하며 "피해갈 수 없는 도전에 맞서 위기를 극복해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행동하라"고 했다. 나라의 위기 앞에 자기 살길만 찾는 관료, 오랜 전쟁으로 지칠 때로 지친 병사, 수차례 패전으로 사기가 떨어진 장수 등 안팎으로 절박한 상황이 미·중 관세전쟁, 대통령 탄핵, 통상전략 부재 등 다중 위기를 겪고 있는 2025년 대한민국과 오버랩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의 내수 침체, 글로벌 공급망 충격, 보호 무역주의로 대표되는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고용·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재와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관세도 예고했다. 베트남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도 46%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위해 미국에 약 5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불확실성에 쌓여 있다. 복합 위기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호를 이끌 실질적 리더는 부재 상태다.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 간 정책 대결이 한창이다. 새 정부의 첫 과제는 무엇보다 위축된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돼야 한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소비 심리는 수개월째 바닥이다. 판매 둔화와 재고 누적이라는 이중고에 노출된 기업들은 올해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수출도 재건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흥국 수요 둔화 등 외부 변수에 더해 국내 기업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따른 규제 및 투자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수출 기업을 위한 금융·세제·기술 지원의 강화가 절실하다.
지금 국민은 진정한 어른, 진정한 리더에 목말라 있다. 그리고 리더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앞장의 책임감'에서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단 한 번도 병사보다 뒤에 선 적이 없다. 벼량 끝에 서 있는 대한민국 경제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미국 관세 횡포에 홀로 맞서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경제부총리로 세워야 한다는 말까지 들리겠는가. 그만큼 우리 경제는 사방이 암흑이다. 그러나 절망의 바다를 기회의 바다로 바꾸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새 기적을 만들 리더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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