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계 기업의 중국내 VPN 사업 제한 부분 완화, 외국인의 진료소(클리닉) 개업 지원, 외국계 여행사의 아웃바운드 사업 승인, 하이난 의료시범 단지내 건강기능식품 수입 판매 개방···
중국이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서비스 시장 개방에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비스업 확대 개방을 위한 종합시범 행동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기존의 11개에 국한됐던 서비스업 개방 시범 도시를 20개로 늘렸다. 여기엔 다롄(랴오닝)·닝보(저장)·샤먼(푸젠)·칭다오(산둥)·선전(광둥)·허페이(안후이)·푸저우(푸젠)·시안(산시)·쑤저우(장쑤) 등 9개 도시가 추가됐다.
서비스 개방 시범 사업도 통신·금융·의료 관광 등 분야에 걸쳐 155개 항목을 추가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의 서비스 영역 투자 제한 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다.
구체적으로 통신업 분야에서는 앱스토어·인터넷 접속 등 사업에서 외자 지분 제한을 철폐하고, 외자 기업의 국제데이터센터 설립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자기업의 중국내 가상사설망(VPN) 사업도 외자 지분이 50% 이하 조건으로 부분 개방해 외국 통신사가 합자회사 방식으로 현지 외국인 투자기업에 VPN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 부문에서는 외국인 의사의 중국 본토내 진료소 개설, 해외 의료인의 단기 의료활동, 간호학교 설립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또 외자기업이 중국 현지 기업과 공동 기부 방식으로 비영리성 의료기관이나 양로기관 설립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외국인 투자 여행사도 대만 여행을 제외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사업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다국적 기업이 위안화로 국경간 자금을 집중 운영하는 것을 지원하고, 해외 보험사·국부펀드 등을 유치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외국 투자자가 중국 사모펀드 시장에 참여하는 QFLP(Qualified Foreign Limited Partners) 시범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일부 해외 건강기능식품·반려동물 의약품 등의 심사 비준을 간소화하고, 특히 하이난 보아오 러청 의료시범 지역에서는 중국 보건당국의 승인 없이도 해외 의료 건강기능성 식품 수입·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비자 발급 편리화 조치도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개방 시범 도시에 법인 또는 지사를 설립하려는 외자기업의 외국인 고급 관리인력에 대해 최대 2년간 유효한 상무용 비자 발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동반 가족에도 비자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영주권을 보유한 외국 국적 과학자가 특정 지역내 국가급 과학기술 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고, 신흥연구개발 기관의 대표를 맡도록 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관세폭탄에 상품무역 침체···서비스 무역 앞세워 경제 살리기
링지 중국 상무부 차관은 21일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이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등 높은 수준의 국제경제 무역 규칙과 연계하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외개방을 확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간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과 미국간 상품 무역이 침체된 데다가, 미국은 중국의 서비스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천인만큼, 중국이 서비스 무역을 활성화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강도 높은 대중국 제재 리스크를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 잠재력이 큰 서비스 시장을 앞세워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선 셈이다. 천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은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외국인 투자에 더 매력적"이라며, 이는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8262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7.1%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기존의 11개 서비스 개방 시범 도시내 서비스업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는 2932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서비스업 FDI의 절반을 차지했다.
최근 미·중 관세전쟁 격화로 대외환경이 악화하면서 중국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를 진작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로선 문화·관광·의료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서비스 부문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56.7%에 달했다. 또 지난해 서비스 부문에서 신규 증가한 일자리도 700만개 이상에 달했다.
왕루이 옥스퍼드경제연구원 동북아 수석 경제학자는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지난해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제한을 완전히 철폐한데 이어 이번에 서비스 개방 조치를 확대한 것은 국제사회의 전반적 기대에 부합한다"며 "중국의 서비스 소비 강화 정책 방향과도 조화를 이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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