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세미텍이 자사 반도체 장비 사업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한미반도체 고위 임원과 온라인 채널 운영자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필수인 후공정 장비 'TC본더' 공급 주도권을 둘러싼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 간 법적 분쟁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해 허위사실 유포 중단과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한미반도체 고위 임원 김모씨에게 발송했다. 시정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도 예고했다.
김씨는 얼마 전 국내 경제방송 매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화세미텍 업력과 개발 인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게 한화 측 주장이다. 한화세미텍이 공식 배포한 TC본더 사진을 놓고 "TC본더가 아닌 플립칩 본더"라고 말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김씨가 한미반도체 재무·기업공개(IR) 담당 임원인 만큼 한화가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화세미텍 역시 법원에 관련 답변서를 제출한 터라 소송 변론이 수일 내에 열릴 전망이다. TC본더 기술은 한화그룹 인수 전인 삼성항공 시절부터 수십 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성과이며 한미반도체가 문제 삼는 '2모듈 4헤드' 장비 역시 일반적인 구조라는 게 한화 측 주장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독과점이었던 시장에 새로 진입한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통해 사실 관계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증명 발송과 관련해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아직 한화 측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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