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군다나 올해 1분기 역성장은 미국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뼈아프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향후 고관세 영향까지 가중되면 올해 1%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24%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4년 2분기(-0.228%) 이후 3분기 만이다. 감소 폭은 레고랜드 부도 여파로 회사채 불안이 확대됐던 2022년 4분기(-0.5%)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이 내놓은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 올해 1분기 -0.2% 등 4분기째 경기 침체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4분기 연속 0.1% 이하 기록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경기침체라고 부르는데 이에 준한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직전 분기와 같았으나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크게 확대되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민간소비(0%포인트)와 정부소비(0%포인트)는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정치 불안 완화와 대통령선거로 민간소비는 소폭 개선되겠지만 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1분기까지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데 2분기부터 수출 타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은 1분기 부진을 감안할 때 한은 전망치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1분기 역성장의 기저효과로 연간 성장률이 1% 턱걸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국장은 "3월 초 시작된 철강 관세 영향은 5~6월에 본격화할 것"이라며 "미국과 우리나라 간 협상만 아니라 미·중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서 경제 전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새 정부가 내수 진작 정책을 써도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성과가 없다면 수출 감소로 연간 성장률이 1% 초반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수출 비중이 거의 90%인 만큼 향후 수출 감소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상호관세가 25%로 붙는다면 성장률은 1% 이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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