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장비 독점' 몽니에 한화 '다변화' 힘 얻어...HBM 공급망 경쟁 격화

  • 공급망 다각화 속도 내는 SK하이닉스

  • 한화세미텍 관련 투자 속도

  • HBM 12단 수율 우수 강점

사진아주경제DB
김동선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왼쪽)과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사진=아주경제 DB]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 간 분쟁 배경에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SK하이닉스 측 전략이 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장비 공급을 둘러싼 두 회사 간 기술·법적 분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 간 분쟁은 SK하이닉스가 최근 한화세미텍에 HBM 양산에 필수인 TC본더 장비 12대(420억원어치)를 주문하면서 본격화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8년간 솔벤더(단독 공급)를 유지하던 SK하이닉스가 멀티벤더(경쟁 공급) 체제로 전환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며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팹에서 자사 엔지니어를 철수시켰다. 향후 TC본더 가격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러한 한미반도체 측 대응이 역설적으로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멀티벤더 전략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본다. 특정 기업에 공급망을 의존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에서 HBM을 대부분 공급받지만 마이크론·삼성전자와 HBM 관련 거래를 일정량 이상 지속하며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맞춰 SK하이닉스도 HBM 관련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지속하며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솔벤더는 그 자체가 리스크"라며 "원활한 반도체 양산을 위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것은 매출·영업이익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 멀티벤더 전략에 맞춰 TC본더 공급량 확대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1993년부터 반도체 장비 개발과 관련해 30년 이상 업력을 갖고 있다. 2008년 플립칩 본더를 개발한 데 이어 2016년부터 TC본더 선행 연구를 시작하는 등 20년 넘게 본더 장비를 개발해 왔다. 현재 TC본더를 포함한 반도체 후공정 장비 개발 및 설치·유지보수(CS) 인력만 100여 명에 달한다. 

SK하이닉스와 진행한 퀄테스트에서도 12단 이상 적층한 HBM 양산 시 높은 수율을 보이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내년 주력할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12단 적층부터 시작하는 만큼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전망이다. 업계에선 한화세미텍 측이 SK하이닉스 공급 성과를 토대로 마이크론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한화세미텍을 적극 밀고 있다. 모회사 한화비전이 설비투자 자금 500억원을 수혈한 게 대표적이다. 한화세미텍은 지난 2월 종합 반도체 제조 설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기존 사명 한화정밀기계를 버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도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했다. 책임경영 의지를 담아 보수는 별도로 받지 않는다. 재계에선 한화그룹이 추후 계열 분리되면 김 부사장이 유통·리조트와 함께 반도체 관련 사업도 이끌 것으로 본다.

한편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SK하이닉스 추가 TC본더 발주가 한화세미텍·한미반도체 간 분쟁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TC본더를 공급한 기업이 연말 청주 M15X팹 수주전과 뒤이어 펼쳐질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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