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명박·박근혜 판례 근거로 文 기소...법조계 "정치적 기소"

  • 검찰 "文 국가원수이자 정부 수반으로 각 행정부처 및 공공기관, 기업체, 정당 활동에 사실상 영향력 행사"

  • 법조계 "文 관여했다는 정황도 나온 게 없는데도 기소...정치검찰 자인한 것"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배경을 놓고 법조계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기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 배경을 놓고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시 처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정치적인 어려움에 있었고,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활동할 당시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장 등으로 활동해 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정부 수반으로 각 행정부처 및 공공기관, 기업체, 정당 활동에 직무상 또는 이와 밀접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내세운 법리는 과거 대법원에서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판결이 근거가 됐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판결에서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해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며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 뇌물 사건 판결에서도 "국회의원 공천은 대통령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는 아니지만, 사실상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대통령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라고 명시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는데, 21대 국회 출마를 위해 면직 등에 있어 문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필요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이 전 의원은 2018년 문 전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를 자신이 운영한 이스타항공의 태국 법인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했고, 서씨 부부에게 급여로 약 1억5000만원(약 416만밧),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약 178만밧) 등을 지원했는데 이를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이후 이 전 의원의 면직 신청이 받아들여져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스타항공은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를 띄우는 과정에서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지원을 받은 것을 뇌물죄 성립의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의 기소를 두고 법조계는 대부분 정치적 기소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당직자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검찰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잡을 때 썼던 수법을 그대로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통치자니까 모든 일에 포괄적인 대가성이 있다는 논리"라며 "그런데 이건 국정농단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특별하게 관여했다는 정황도 나온 게 없는데 기소를 했다는 건 정치 검찰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는 기소를 내린 시기에도 주목했다. 그는 "대선을 코앞에 남겨둔 시점이고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검찰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카드(정치인 수사)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만약 이재명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검찰 개혁과 관련해 협상 카드로 쓰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검찰이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다. 사위인 서모씨가 만약 전혀 일을 안하고 금품을 받았다면 모를까 어쨌든 취직을 해서 근무하고 정당한 대가로 월급을 받은 것"이라며 "이것은 법리의 영역을 떠나 일반적 상식의 영역에서 보더라도 매우 무리한 기소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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