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이 6G 국제표준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 스페이스X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도 승인 절차를 거쳐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과기정통부와 우주청은 ‘6G 국제표준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 과제의 주관 연구개발 기관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을 통해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 공급망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개발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이며, 총 사업비는 약 3200억원이다. 과기정통부가 2040억원, 우주청이 964억원을 지원하고, 민간투자 197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주요 참여 부처는 과기정통부 전파국과 우주청 인공위성부문이며, 총괄 및 주관 연구기관은 국내 연구기관 또는 산업체가 맡는다. 사업을 통해 저궤도 통신위성 2기와 이를 연계한 지상국·단말국으로 구성된 위성통신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저궤도 위성통신 개발 사업은 세부 과제로 ▲위성통신 탑재체 및 지상국 핵심기술(ETRI) ▲단말국 핵심기술(쏠리드) ▲위성 본체 및 체계종합(KAI) 개발로 구성되며, ETRI가 전체 사업을 총괄한다. ETRI는 본체와 탑재체 간 구조·전자기적 인터페이스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쏠리드는 표준 기반 단말국과 모뎀 소프트웨어, 안테나 및 RF 송수신 부품을, KAI는 통신탑재체 기반 위성체 개발·조립·발사와 본체 접속 설계를 각각 담당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단계적으로 수행해 왔다. 주파수 분배표 개정(2025년 2월), 기술기준 개정(2025년 4월), 전파법 시행령 개정(2025년 4월)을 완료했다. 특히 전파법 시행령은 육상·해상·항공 이동형 지구국 3종을 새롭게 정의하고, 위성통신 단말 허가 의제를 도입해 이용자가 별도의 허가나 신고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스타링크)와 원웹 같은 해외 사업자들도 단말 적합성 평가와 국경간 공급 협정 승인 절차를 거치면 국내 시장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스타링크와 원웹은 이미 지난해 국내 서비스 신청을 완료했으며, 과기정통부는 현재 각 사업자의 사업계획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스타링크와 원웹 외 추가 신청 사업자는 없으며 아마존은 문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기정통부는 국방과 민간 활용 측면에서도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전용 위성 통신망 구축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상용망과 국방 전용망의 병행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의 ‘아이리스 스퀘어’ 프로젝트처럼 공공·국방·민간용 위성 통신망을 공동 사용하는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지은경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 과장은 지난 22일 위성통신 관련 기자스터디에서 “국방 전용 위성 통신망 구축은 비용 문제로 어려운 측면이 있어, 상용망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 고등광기술연구원 정도만이 레이저 통신 분야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통신용 주파수는 쿠밴드(Ku-band) 대역을 사용하게 되며, 향후 자체 위성 발사 시에는 보다 대역폭이 넓은 카밴드(Ka-band) 활용도 검토 중이다. 주파수 사용은 ‘할당’이 아닌 ‘사용 승인’ 방식으로 이뤄지며, 외국계 사업자도 별도 대가 없이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번에 마련된 규정은 기존 고정위성통신, 무선 전송 서비스 등에 혼신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파수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며 “앞으로 신규 사업자 진입 시에도 사업자 간 협의 등을 통해 간섭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위성통신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국제표준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방식 중계기 등 탑재체 부품 개발과 저비용 상용부품(COTS) 활용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위성 부품 우주검증 이력을 쌓아 해외 시장 진출 요건을 충족할 계획이다.
김남철 국장은 “2030년까지 두 개의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현재는 기술 개발 단계”라고 설명했다. 상용 서비스 본격화는 향후 과제로, 현재로서는 해양, 항공 등 특수목적 분야 위주로 서비스가 제한될 전망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제표준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에 대한 집중적인 R&D 투자를 통해 국내 위성통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며 “민간 부품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확대하고, 출연연구소의 기술을 민간에 이전·확산하는 데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영빈 우주청 청장은 “우주항공 산업생태계 경쟁력 확보의 중심은 기업”이라며 “앞으로 민간 주도의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활용 생태계 조성에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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