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변 없이 제21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마지막 순회경선에서 9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누적 득표율 89.77%로 결선 투표 없이 대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민주당 역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이 후보는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며, 중도층 공략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27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박범계)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 결과 이 후보를 민주당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당원·국민여론조사 투표를 포함해 총 69만 514표 중 62만4027표를 얻어 압승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3년 전 어느 날 이 나라의 운명이 걸린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우리는 패했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그러나 패배도 아팠지만 패배 그 이후는 더 아팠다. 그 뼈아픈 패배의 책임자, 저 이재명을 여러분이 다시 일으켜 주셨다. 미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저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주신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안전, 회복과 성장, 통합과 행복을 실현하라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라며 "간절하고 엄중한 명령, 겸허히 받들겠다. 반드시 승리해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이자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통합 책임을 다하겠다"며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구시대의 문을 닫고 국민 대통합으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가 연설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본선행을 확정 지은 이 후보의 차기 과제는 중도층 표심 확보가 될 전망이다. 최근 이 후보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부동산, 탈원전, 젠더 등 민감 이슈에서 '로키(low-key)'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중도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중도층은 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단히 급진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정책 발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일한 변수로 남았다. 6월 3일 대선 전에 선고가 이뤄지면 이 후보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지만 선고가 미뤄지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균택 이재명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속도전에 나서는 대법원의 동기나 경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긴장하는 것이 맞지만 이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이 대선 전에 나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88% 이상이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자랑하며 '이재명 대세론'을 입증했다. 반올림하면 90% 이르는 이 수치는 강력한 당내 기반을 다진 김대중 전 대통령(77.53%), 문재인 전 대통령(57.01%)의 기록을 넘어서는 최고치다.
양김 후보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막판까지 의지를 다졌지만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2위 자리는 누적 6.87%를 얻은 김동연 후보가 차지했다. 김경수 후보는 누적 3.36%에 그쳤다. 이날 경선에는 지지자들이 총 1만5000여 명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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