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대학교 조완섭 교수 연구팀이 초미세먼지(PM2.5)가 폐를 넘어 비장에까지 축적되는 생체 내 이동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초미세먼지 흡입이 전신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대는 29일 “의약생명공학과 조완섭 교수와 박사과정 김규리 연구원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초미세먼지의 2차 장기 이동 현상과 그 기전을 직접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상위 6%에 해당하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IF 10.3)’ 5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초미세먼지의 전신 독성과 면역계에 대한 연구는 물론 향후 관련 질환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조완섭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초미세먼지가 폐에 침착된 후, 뭉치거나 폐포 대식세포에 탐식된 상태에서는 다른 장기로 이동이 어렵지만, 분산된 형태일 때 림프순환계와 전신순환계를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림프순환을 통해 폐 연관 림프절에, 전신순환을 통해서는 간을 거치지 않고 비장의 '열린 혈관계' 구조에 축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 혈관계(open circulation system)'란 혈액이 혈관을 떠나 조직 내로 퍼져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으로, 사람의 비장은 이 구조를 갖춘 장기로 노화된 적혈구와 손상된 세포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 교수팀은 초미세먼지가 비장의 적색 수질(red pulp) 부위에 축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교수는 “마우스를 이용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초미세먼지를 단회 노출한 후 30일째 비장에서 유의미한 축적을 확인했다”며 “시험 종료일인 90일까지 이 축적 농도는 유지됐고, 반복적 흡입 노출 시 비장 내 초미세먼지 축적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장은 면역계의 핵심 장기이기 때문에 초미세먼지 축적이 면역 기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초미세먼지 흡입이 폐 염증을 유발하고 만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심혈관계·뇌신경계·면역계 등 2차 장기로의 직접적인 이동과 축적에 대한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던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조 교수는 “봄철 초미세먼지 농도는 특히 높고 꽃가루, 황사 등과 겹쳐 호흡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초미세먼지의 전신적 영향과 관련 질환 연구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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