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실종 시대] [전문가 진단] "주거사다리 붕괴 초읽기...민간 중심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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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빌라(연립, 다세대) 시장은 수요가 얼어붙으며 전세 거래는 물론 신규 공급이 멈춘 상황이고, 아파트도 월세 비중이 커지는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에 따른 아파트 선호현상과 대출 규제로 인해 월세 재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입주물량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오랜 기간 임대차 시장의 주요 축이면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 온 전세 시장이 흔들릴 경우 결국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제도 보완과 민간의 전세 물량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9일 아주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임대차 시장의 '전세의 월세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전문가들 다수는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등이 월세 재편을 가속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보다 월세 계약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고, 빌라가 아닌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전세사기 이후 보증금 미반환을 우려하는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 월세를 부담하는 보증부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올해 들어 금리가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받아 굴리기보다 매달 월세 수입을 받기 위해 임대 물건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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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사기 여파로 사실상 빌라 전세 시장이 무너진 데다 입주물량 부족, 대출 규제로 인해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도 월세 수요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라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사실상 눈길을 주지 않고 있고, 아파트는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인해 전세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상황"이라며 "전세 대출 규제와 공급 절벽이 당분간 불가피해 월세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월세로 전환하면 임차인 입장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주거 비용이 나가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이로 인한 부담이 더욱 커 주거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방에 따르면 3월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 33㎡ 이하) 평균 월세는 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90만원), 서초·성동·용산구(82만원) 등 일부 지역은 서울 평균 월세를 훨씬 웃돌았다. 이는 한 달 전보다 월세는 평균 3만원(4.6%), 전세는 367만원(1.8%) 각각 오른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주거 사다리를 회복하고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의 전세 물량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 시장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대부분의 임대인은 월세로 전환하거나 매각 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주택 공급을 통한 전세 물량이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선 위원도 "결국 전세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와 비아파트 시장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현재 아파트 시장은 규제로, 빌라 시장은 사업성 문제로 묶여 있는 만큼 전세시장의 신뢰회복과 함께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활성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등의 형태가 민간 전세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산업 육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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