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투어부터 공연 체험까지, 외국인 관객 사로잡은 'K-공연' 현장

배우 김영민씨가 27일 외국인 참가자들과 대학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배우 김영민씨가 27일 외국인 참가자들과 대학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서울 대학로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진짜 한국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외국인 15명이 모였다. 서울관광재단이 이날 진행한 서울 예술관광 팸투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다. 이들은 공연계에 오래 몸담은 배우 김영민씨의 안내를 받아 대학로 곳곳을 직접 걸으며 투어에 참여했다.

이들은 옛 혜화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해 2007년 개관한 연극 전문 클러스터 '서울연극센터'와 파랑새극장(구 샘터파랑새극장)을 둘러봤다. 

김영민씨는 "1979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건축 디자인 건물 중 하나"라며 "샘터는 대학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 같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된 건물 하나가 출판, 문화예술, 도시의 기억을 오롯이 품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배우 김영민씨와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외국인 참가자들은 학전블루소극장, 바탕골소극장 등을 둘러보며 연극 도시 대학로의 숨결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공연예술인과 관객 10만여 명이 모이는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의 상징 '마로니에공원'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인도 출신 수스미타 발리얀치리푸라이씨(Susmitha Valiyancheeripurai)는 "대학로를 걸으며 한국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인상 깊었다"며 "길거리에 펼쳐진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길 자체가 너무 예뻐서 친구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민씨는 "대학로에는 약 200여 개의 공연장이 있고, 매일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대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며 "공연예술을 통해 한국 문화(K-컬처)가 세계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민씨는 오는 6월 10일 연극 '디 이펙트'로 8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복귀한다.
 
서홍섭 대표가 외국인 참가자들과 인사이드 미 백스테이지 투어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서홍석 대표가 외국인 참가자들과 <인사이드 미> 백스테이지 투어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스마트안경으로 언어 장벽 허물다

대학로 극장 투어를 마친 참가자들은 창작 뮤지컬 <인사이드 미>를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이 작품은 SNS 시대 속 '겉으로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공연 전 참가자들은 무대 위에 올라 무대를 체험하고,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이 진열된 백스테이지 공간도 직접 둘러봤다. 공연을 연출한 서홍석 디케이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외국인 관람객이 언어 장벽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범운영을 거쳐 6월부터는 개선된 버전으로 외국인 대상 상설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외국인 참가자들 사진서울관광재단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외국인 참가자들 [사진=서울관광재단]

이날 외국인 관람객들은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공연을 관람했다. 이 스마트안경은 국내 스타트업 엑스퍼트아이엔씨(XPERT INC Co., Ltd.)가 개발한 AI 음성인식(STT) 기반 기술로, 배우들의 대사를 영어 자막으로 실시간 제공한다.

외국인 관람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도 배우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스마트안경을 쓰면 배우들의 대사가 실시간 영어 자막으로 떠오른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스마트안경을 쓰면 배우들의 대사가 실시간 영어 자막으로 떠오른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인도에서 온 샤르마 아미테시씨(Sharma Amitesh)는 "초반에는 자막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자막 색깔로 대사와 노래를 구분해줘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누르 아미라 이자티 빈티 탄 유솝씨(Nur Amirah Izzati Binti Tan Yusop)는 "백스테이지에서 배우들의 준비 과정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 덕분에 공연이 더욱 재미있었다"며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스마트안경 덕분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서울 예술관광 팸투어 참가자들 사진서울관광재단
외국인 대상 서울 예술관광 팸투어 참가자들 [사진=서울관광재단]

◆서울 예술관광, 본격 시동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올해를 '서울 예술관광 활성화 원년'으로 삼고, 신규 사업으로 예술관광 상품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예술관광 생태계 조성에 나서며, 예술관광 파일럿 상품을 개발해 홍보와 운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재단은 지난 25일과 27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예술관광 상품 팸투어를 진행했다.

27일 공연관광 투어에 앞서 25일에는 전문 도슨트인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의 해설을 들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송현녹지광장, 서울공예박물관을 돌아보는 전시관광 투어가 이뤄졌다. 대형 전시회장뿐만 아니라 초이앤초이, 갤러리 기체, 백아트 등 삼청동 골목의 특색있는 갤러리를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전시관광 참가자들은 전문 해설과 예술 콘텐츠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작품 감상 시간이 다소 짧았다"며 "다음에는 전시 관람 시간을 충분히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와 재단은 관광기업 디오제이씨코리아와 함께 이번 팸투어 결과를 분석해, 향후 예술관광 상품 상용화를 준비할 예정이다.

최윤희 디오제이씨코리아 대표는 "여행을 통해 지역의 전통과 예술,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깊이 있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런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3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품격 서울 예술관광 상품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올해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를 정식 출범시키고,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민관 협력을 통해 산업을 단계적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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