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실시한 92건의 공공분야 건설감리 용역 입찰에서 짬짜미한 사업자 20곳에 대해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37억원을 부과한다고 29일 밝혔다.
건설감리 용역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공사에 대한 기획, 설계, 평가 등을 관리하는 것으로 시공 단계에서 설계 대로 시공되는지 검토·확인하는 일이다.
건축사무소 20곳은 LH나 조달청이 전국 각지에 발주한 공공주택이나 공공건물(정부청사, 국립병원 등) 건설을 위해 발주한 감리 용역 입찰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모임을 갖고 각 입찰별로 낙찰예정자를 정한 뒤 다른 사업자는 경쟁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입찰 실시 전 들러리 참가자를 섭외하고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10월 LH가 6건의 건설감리 용역 입찰을 공고하자 케이디, 토문, 목양, 아이티엠 등 4개 주요 사업자는 그 중 4건의 입찰을 한 건씩 배분하고 상호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 가운데 3건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가 들러리 참가자를 섭외한 뒤 합의했다.
또 2020년 5월에 LH가 124개 공구의 건설감리 용역 입찰계획을 발표하자 케이디, 토문, 건원, 무영, 목양 등 5개 주요 사업자가 성남시 소재 한 식당에 모여 예정금액이 큰 50개 입찰을 총 금액이 동일하게 5개 리스트로 나눈 뒤 배분했다. 이후 서로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합의 내용을 각 사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아이티엠, 신성, 동일, 희림, 해마 등 5개 사와 공유하고 함께 실행했다.
실제로 2022년 10월까지 실시된 45개 입찰에서 합의가 실행됐고, 32건의 입찰에서는 합의된 낙찰예정자만 참가하게 되자 유찰될 것을 우려해 입찰 실시 전에 들러리 참여자를 섭외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2020년 8월~2023년 1월 LH가 추가로 실시한 28건의 입찰에서도 5개 건축사사무소는 각 건별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입찰에 참가했다.

이후 2022년 4월부터는 선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의에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입찰이 공고되면 세 컨소시엄의 대표자가 협의해 참가 컨소시엄을 결정했다. 그 결과 2022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5건의 입찰에 대한 합의가 실행됐고 이 중 9건에서 들러리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공정위는 이들의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상 담합이라고 판단하고 20개 사업자에 대해 법위반행위 금지명령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무영(33억5800만원), 건원(32억5400만원), 토문(31억3300만원), 목양(30억3500만원), 케이디(23억7400만원) 등 17개 사업자에게 총 2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공 건설감리 분야에서 수년에 걸쳐 주요 사업자가 대부분 참여해 조직적으로 진행된 광범위한 입찰담합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또 "감리가 제대로 진행돼야 부실시공 등을 막고 안전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담합이 만연돼 있다보니 감리의 역할을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담합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LH가 만드는 공공주택 분양가나 제공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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