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정책과 관련해 한 발짝 후퇴하면서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계가 한숨 돌린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업계와 적극적인 제휴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도 철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9일 다수 외신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완성차에 부과한 25% 관세 외에 철강·알루미늄 등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가 중복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다음 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예정됐던 25% 관세도 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제조 자동차 1대 가격의 3.75%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부품 관세 환급이 가능해지고, 2년 차에는 2.75%로 축소된 뒤 점진적으로 폐지된다.
자동차 부품은 북미 3국(미국·멕시코·캐나다)의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완성차 한 대에는 부품이 약 2만~3만개 필요하다. 차 한 대가 탄생하기까지 이런 부품들이 평균 7~8차례 국경을 오가는 만큼 관세 체계가 복잡해지면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부과되는 관세가 기하급수로 늘면 경영과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국내 부품업계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한국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135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2125억 달러)의 6.4%에 달한다.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도 36.5%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에 이어 부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걱정이 컸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다만 미국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는 측면이 있고, 아직 25% 관세 조치도 남아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 와중에 한국산 자동차 부품이 중국산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낸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은 중국 수입품에 60% 넘는 균일관세 부과 시 (미국의 수입처가) 우리 부품으로 대체하면서 일부 반사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과 중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은 2018년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를 계기로 각각 증가세와 감소세로 엇갈렸던 경험이 있다.
완성차 업계는 이번 움직임으로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까지 조정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보여준 변화를 고려할 때 현지 기업들의 불만과 항의를 고려해 너무 튀는 관세 조치는 완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며 "관세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오래가기 전에 한국이 미국과의 보완 관계 등 논리를 적극 개발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