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레이디 카멜리아>를 만들기 위해 서울에 왔어요.”
세계적인 안무 거장, 존 노이마이어(86)가 1978년 발표한 자신의 대표작 <카멜리아 레이디>를 품에 안고 한국을 찾았다. 국립발레단은 내달 7~11일 예술의전당에서 아시아 최초로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 공연을 선보인다.
노이마이어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상’과 ‘현재’를 강조했다.
노이마이어는 현대 발레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안무가다. 그는 드라마 발레 장르를 한 차원 끌어올린 인물로, 1973년부터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 겸 수석안무가로 활동하며 무려 147개에 달하는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멜리아 레이디>는 문학적 서사를 섬세하게 발레로 풀어내, 전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La Dame aux Camelias)를 바탕으로 한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인 아르망과 마르그리트와 함께 아르망 아버지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달된다.
노이마이어는 “발레에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며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이 별도의 장면이 아닌, 한 편의 영화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역할은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진실을 발견한다. 무용은 감정의 살아 숨 쉬는 형태다. 리허설 동안 저와 무용수들은 교감한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움을 발견한다. (카멜리아 레이디를) 50년 전에 만들었는데, 그때 저는 젊었다. 작품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지만, 인생의 경험을 새로 더하면서 이 작품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있다.”
노이마이어는 이 작품에 쇼팽의 음악을 사용했다.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이 이야기를 발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베르디 음악을 편곡해서 발레로 만들려고 했는데, 가사가 없는 오페라처럼 느껴졌다. 초연 날짜를 앞두고 음악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는 피아니스트에게 물으니, 그가 쇼팽 음악을 듣는 순간 ‘이거다!’라고 했다. 다만, 쇼팽의 음악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감정선이나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답할 수 없다.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소설이나 시를 썼을 것이다.”
그는 ‘공감’을 말했다. “화가나 작가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다. 마르그리트의 헌신, 아르망의 마르그리트를 향한 사랑, 마르그리트의 질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프니까 그녀를 돌봐주고 싶은 마음 등에 공감하는 감정을 일으키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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